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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읊조리다

詩 - 북촌 방향으로

멀고느린구름 2011. 10. 4. 23:55
북촌 방향으로


사람들이 걸어가지 않는 길만 걸어가려 했다
그날 저녁은 하늘을 두 개의 분단으로 나누고
달은 이르게 나와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
구름들은 기다란 강이 되어 외로워했고
바람은 가을아 가을아 나직이 읊조리고 있었다
비탈진 길을 더러 오르고 더러 내렸다
아이들이 골목을 내달리는 소리에 맞춰
너를 추억했다
모든 지나간 것들은 북촌 방향에서 꽃을 피우고
가을이 되면 낙엽으로 졌다
오래된 문들은 너를 숨긴 채 침묵했다
배고픈 새들이 너를 감춘 집들 앞에서 낮게 울었다
멀리 남산타워 근처에 우리들은
수줍은 맹세를 써놓았다
그리고 다시는 그것을 보러 가지 않았다
도망치기 위해 산 생이었다
만나기 위해 사는 생을 소원했다
심심헌의 기와를 타고
수 십 수 백년을 흘러내렸을 빗물처럼
내 속의 온갖 눈물을 다 쏟아내는
그런 길을 걸어보고 싶다
너와 함께
북촌 방향으로
북촌 방향으로


2011. 10. 4. 북촌에서. 멀고느린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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