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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천재적인 작가들이 분명히 존재하는 듯하다. 별로 고민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글을 쓰기 시작하면 한 권의 소설이 완성되는 사람들. 스무 살 무렵에 작가로 데뷔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런 타입들로 분명히 '천재'로 불릴 만하다. 하지만 무라카미 하루키는 전혀 그런 타입이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떠오르기는커녕 끊임없이 운동해 가며 체력을 쌓은 뒤 자기 안에 있는 우물 속으로 들어가 뭔가를 퍼 오지 않으면 안 되었다." - 179쪽
임경선 씨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월간지 '페이퍼'에 실린 인터뷰 기사를 통해서였다. 어느 호였던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유명한 연애 상담가로 임경선 씨를 소개하고 있었다. 그 인터뷰를 흥미롭게 읽었던라 서점에 갈 때마다 임경선 씨의 연애론을 풀어놓은 책을 꼭 한 권 사봐야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최근에 영풍문고에 들를 일이 있어서 한 권 집어온 것이 바로 이 책 <하루키와 노르웨이 숲을 걷다> 이다. 분명 연애론 책을 구입하자고 생각했는데 어쩌다 '하루키'냐 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나로선 그건 명확히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그저 운명이랄 밖에요 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다. 서점에 갔고. 서가를 살폈고. 거기에 임경선 씨가 하루키와 함께 노르웨이의 숲을 거닐고 있었던 것이다.
책을 읽어내려가다 보면 흡사 저자가 바로 하루키의 아내 요코가 아닌가 싶은 착각에 빠진다. 그만큼 시시콜콜하게 하루키의 일상과 문학인생을 기술해 놓고 있다. 책의 후반부에 자리한 하루키와의 대담은 마치 정말 임경선 씨가 하루키와 만나 맥주라도 한 잔하며 나눈 이야기 같다. 시종일관 하루키에 대한 따뜻한선과 애정으로 가득찬 이 책을 읽고 있으면 기분 좋은 보사노바 음악을 듣는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진다. 물론, 그건 나 역시 어느덧 하루키의 팬이 되어버린 까닭이리라.
나는 이 책을 늦여름이 한창 기세를 떨치던 7월,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 속에서 완독했다. 첫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독자를 느긋하게 안내하는 저자의 글솜씨가 여간하지 않다. 한국어가 서툴다고 엄살을 피우는 그녀의 문체는 어딘가 하루키의 것과 닮아 있다. 주요 갈피에 귀엽게 그려져 있는 삽화도 깨알 같은 즐거움을 선사한다.
어쩐지 야자수 나무에 그물 침대를 걸어놓고 누워 파인애플주스라도 마시며 읽어야 할 것 같은 책이지만 가을에도 제법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BGM은 물론 재즈다. 하루키의 글을 사랑하는 사람이면 같은 팬의 입장에서 즐겁게 읽어내려갈 수 있는 온기 가득한 책.
2011. 10. 1. 멀고느린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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