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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앨버트 독 -


  저녁 7시가 넘으면 불빛은 이곳 리버풀 항에만 남아. 여기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은 7시면 모두 집으로 돌아와 거실 한 군데만 희만 불빛을 켜두고 각자의 하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나는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기 때문에 그 시간이면 불나방처럼 빛을 좇아 리버풀항으로 가. 떠나는 사람과 돌아올 사람들을 위한 공간. 아주 오래전 아프리카에서 온 검은 사람들은 이 항구에서 영국 각지로 노예가 되어 팔려갔다지. 수백년 전의 그들의 얼굴이 아직 이 항구에 남아 있어. 그곳에 서서 검은 바다를 보면 어쩐지 단 한 번 만난 적도 없는 그네들의 얼굴이 떠오르거든. 어쩌면 내 피 속에 나도 모르게 아프리카가 스며들었는지도 몰라. 이곳에서는 기상을 점치는 내기를 할 수 없겠어. 365일 중에 300일 이상이 흐린 날씨니까. 그런 건 가능하겠다. 내일은 날씨가 2% 정도 흐릴 거야 라든가.


 37.8% 흐릴 거야 같이 흐린 정도를 세분화 시켜 내기를 하는 거지. 어때? 가끔씩 말도 못할 정도로 쨍한 날도 있어. 어떻게 말해야 할까. 그러니까 스페인 관광책자에 나오는 것 같은 그런 날씨 말야. 그런 날이면 사람들은 다들 휴가를 내. 휴가를 못내면 병가를 내고. 그도 안 되면 무단 결근이라도 해. 그리고 인근의 공원이나 광장으로 향하지. 그곳에서 익숙한 얼굴들을 만나고 제각각 직장을 탈출한 무용담을 늘어놓거나, 최근의 연애사에 대해 심층토론을 벌이지. 한 켠에서는 영국 보수당파와 노동당파 간의 100분 토론이 벌어지기도 하고 아이들은 리버풀FC의 유니폼을 입고 축구공을 차지. 그 축구공에 맞은 일이 한 두번이 아냐.


   여운아, 웃기지 않니? 안개 속에 숨고 싶다고 떠난 내가 막상 안개 속에 살게 되니 빛을 찾아. 사람의 삶이란 결국 이렇게 상대적인 거겠지. 이 편지를 나는 비틀즈가 메이저 데뷔를 하기 전 매일 밤 공연했던 커번클럽에서 쓰고 있어. 내가 앉아 있는 테이블은 창가쪽이어서, 밖으로 레인코트를 입고 지나는 사람들이 보여. 아, 그래 지금은 비가 오고 있어. 반원형의 창에 맺히는 물방울들이 귀여워. 나는 혼자 맥주를 마시고 있어. 버드와이저. 이곳 클럽에서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의 70%가 혼자야. 나머지 30%도 많아 봤자 두 세명이지. 여자 혼자 와서 술을 마신다고 해서 추근거리는 남자도 없어. 이곳 사람들은 혼자인 것에 단련이 되어 있어서 한국에서처럼 혼자임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어. 여기와서 생각해본 건데 한국에서 살면서 혼자일 때 느꼈던 감정의 정체가 외로움이었는지, 부끄러움이었는지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되었어. 여운아, 어쩌면 그건 외로움이 아니라 부끄러움이 아니었을까. 


  너는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처럼 보였어. 혼자인 것에 거리낌이 없었지. 반면 나는 혼자인 것에 늘 주눅이 들어 있었어. 그래서 널 만났던 고교시절에도 늘 텅빈 음악실에 숨어들어 혼자 피아노를 치는 일밖에 할 수 없었지. 사람 속에 스며들지 못하고 겉도는 내가 싫었어. 음악 속에 스며들 때면 그나마 가슴 속의 빈공간을 채울 수 있었지. 하지만 인간의 몸은 본래 비어 있게 설계된 거야. 가득 채울 수는 없지. 그런데 넌 알 수 없는 공기로 자신을 채우고 있는 것 같은 거야. 그점에 반해서 너와 친구가 되었어. 너와 함께 있으면 네 속에 가득한 그 푸른 공기가 나에게까지 스며드는 것 같았어. 많은 세월이 지났을 때 나는 너 없이는 도저히 내 외로움을 지탱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지. 나는 그런 나 자신이 싫었어. 인정하고 싶지 않았어. 그래, 차라리 너로부터 독립하고 싶었어. 갑자기 남자친구를 만든 건 그것 때문이었어. 남자친구가 생기고 그에게 일정부분 기대게 되면 너에게 의존하는 것도 조금은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 


  그날 남자친구가 누구를 만나러 왔는지, 누구에게 고백을 하려 했는지 나는 알고 있었어. 여운아, 그리고 그거 너와의 관계를 위해서라도 나를 거부할 수는 없으리란 것도 알았지. 나란 사람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길을 걷기 시작한 걸까. 내 이름이 ‘고요'로 지어진 그 순간부터일까. 아니면 내가 알지 못하는 더 오래전 전생의 순간부터일까. 


  나의 남자친구로 알고 있는 그는 구름을 좋아했어. 함께 길을 거닐다가도 어느 순간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걸 자주 봤지. 그는 종종 자신이 커다란 성 위에 올라 있고 광활하게 펼쳐진 유럽풍의 마을을 내려다보는 영상을 ‘느낀다' - ‘본다'보다는 더 정확한 표현일 거야 - 고 해. 그 유럽풍의 마을 위로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거대한 뭉게구름들이 지나는 거야. 그는 그 구름들이 살갗을 스치고 지나는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다고 했어. 그렇다면 그는 그 마을 속에 있는 오래된 집들 중 하나가 아닐까 싶기도 해. 그는 바라보는 자인 동시에 경험하는 자이기도 한 거야. 그가 우리 사이에 놓일 수 있었던 것도 그런 탓일까. 사람의 인연이란 시간이 흐른 다음 생각해보면 참 묘한 것이어서, 어느 시기 어느 장소에서 꼭 만나야 했을 사람들이 만났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너와 내가 고교시절에 그 음악실에서 아무런 예정없이 교통사고처럼 만났듯이. 


   남자친구도 마찬가지였다고 봐. 우리는 서로를 비켜갈 수 없었고, 상처 받았어야 마땅한 상처를 입었지. 재작년 첫 봄비가 오던 날이었나. 아직 그가 남자친구가 아닌 친구였을 때, 나는 그를 집으로 초대했고 네가 찍은 사진을 보여줬어. 대학원도서관이 대각선으로 비스듬하게 놓여 있고 그 위로 지브리의 만화에서나 만날 수 있을 법한 거대한 뭉게구름이 푸른 하늘 위로 유영하고 있는 사진이었지. 그는 그 사진을 1분도 넘게 응시하더니 사진을 자기에게 달라고 했어. 줄 수도 있었지만 절대 줄 수 없다고 했지. 사람은 미래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실은 인생의 모든 시나리오을 자기 가슴 속 어딘가에 써놓고 태어난다고 봐. 나는 그의 표정과 그의 목소리에서 그 시나리오의 힌트를 발견했지. 마치 선지자처럼 알 수 있었어. 그가 너를 사랑하게 되리란 것을. 그 사진을 준다는 것은 곧 너를 그에게 선물하는 것과 같으리라는 것을. 


   비틀즈의 초기 음악은 앨비스프레슬리의 로큰롤을 흠모하여 만들어졌어. 무질서하고 충동적이며 반항적이었지. 이 커번클럽에 그들의 ‘처음'이 남아 있어. 러브 미 두(LOVE ME DO)로 다듬어지기 이전의 서투른 소년들이. 내가 너에게 쓰는 이 편지도 1년 뒤엔 서투른 편지가 되고 말 거야. 소녀소년들의 아름다웠던 사랑이 세월의 힘 앞에 서툴었던 상흔으로 남게 되는 것처럼. 


   너를 만나기 전에 나는 같은 반의 한 남자아이와 사귀었었어. 그 아이는 또래보다 키가 훌쩍 컸고, 어딘지 모르게 조숙했고, 늘 어떤 고민에 휩싸여 있는 듯한 아이였지. 우리 반 여자아이들 중 10명 이상이 남몰래 그 아이를 좋아했어. 그러나 워낙 풍기는 분위기가 남달라서 아무도 접근을 못했지. 그런 그가 그의 추종자들도 아무도 모르게 내게 고백을 해왔어. 새 학기가 시작하고 3주 즈음 되었을까. 점심 시간이 지나고 교실에 돌아와보니 책상 서랍 안에 쪽지가 있었어. 간단한 문장이었지. ‘첫눈에 반했어.’그리고 그 아이의 이름이 써있었어. 그 아이의 글씨체를 난 알고 있었어. 그 아이가 쓴 게 틀림없었어. 우리는 주말에 도서관에 함께 갔고, 까페에서 커피를 나눠 마셨고, 사귄지 한 달후 밤길을 걸어오다 오래된 그네가 있는 놀이터에서 첫키스를 했어. 그리고 다시 한 달뒤 헤어졌지. 그가 자기 집이 비었다며 날 초대했는데… 그의 집에 들어가서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그가 날 자기 침대에 눕히고 강제로 옷을 벗기려 한 거야. 나는 그의 급소를 사정없이 발로 걷어차고서야 그의 집을 나올 수 있었어. 우리는 헤어지자는 말도 없이 헤어졌어. 헤어진 다음날 그 아이는 대기하고 있던 다음 여자아이와 사귀기 시작했고 나는 음악실에서 널 만난 거야. 사랑이라 생각했던 순간은 어렴풋이 얼굴을 비추었다가 이내 자취를 감추었고, 우리 반에서 나의 첫 연애를 알아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순진했던 소년이 순수한 성의 욕망 속으로 진입하는 순간 낭만은 현실이 되고, 아름다운 사랑은 서투른 첫 경험으로 이름을 바꿔. 서툴렀던 시간이 서투른 이 편지와 함께 흘러가고 있어. 


   정박한 배들이 부아앙 부아앙 뱃고동 소리를 내고 있어. 불빛을 보면 모여드는 어류와 오징어 따위를 잡기 위해 떠나려는 배들이지. 생명체는 저마다 어떤 대상에 홀리게끔 설계가 되어 있는 것 같아. 불나방은 불빛에, 해바라기는 태양에, 새는 하늘에, 인간은 인연에. 한용운의 임의 침묵 한 구절을 떠올려봐.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을 수 있을까. 우리는 만날 때 서로가 만날 것을 몰랐던 것처럼 떠날 때에도 다시 만날 것을 알 수 없어. 모든 것이 안개에 가려진 것처럼 흐릿해. 안개 뒤에 숨어 있는 것이 무엇인지, 어디로 가야 빛이 있을지 알 수 없어. 여운아, 내가 지금 너에게 알 수 있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버드와이저의 맛 정도야. 내 목을 타고 넘어가는 대략 5도 정도의 온도를 지닌 이 차가운 액체는 내 속에 들어가 자꾸만 ‘고요'를 해치며 나를 부정하게 만들고 있지. 맛은 꼭 새벽 두 시 즈음에 몽롱한 정신 상태에서 귤빛 전구 하나를 켜놓고 노라존스의 돈 노 와이(Don’t Know Why)를 들으며 잠 못 이루고 있는 듯한 맛이야. 이해하겠니. 


   마침, 비틀즈의 예스터데이(Yesterday)가 끝나고 노라존스의 돈 노 와이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고 있어. 나는 잘 모르겠지만 아빠는 엄마를 사랑하지 않았어. 아빠가 나나 엄마에게 나쁜 사람이었던 것은 아니야. 오히려 자상하고 다정한 좋은 아빠였지. 그러나 아빠는 결코 그 역할을 넘어서려 하지 않았어. 난 아빠와 단 한 번도 바다에 간 적이 없는데 말야, 아빠 장례식이 끝난 날 엄마랑 새벽까지 맥주를 마셨는데, 갑자기 엄마가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더라고. 그러면서 그러더라. 아빠가 사랑했던 여자가 거제도 바다에 잠겨 있다고. 아직도 그 시체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아빠의 사랑은 그 여자의 시체와 함께 거제도 바다에 잠겨 있는 거야. 그 이야기를 들은 이후 어둠에 물든 밤바다를 보고 있으면 이십대 초반, 우리들 나이 또래에 죽은 그 여자의 모습이 수평선 너머에 떠올라. 그여자는 수평선 위에서 초록의 아련한 빛을 발하며 참방참방 춤을 추고, 언어가 없는 노래를 불러. 바다는 얼마나 많은 영혼을 그 속에 숨겨두고 있겠니. 세이렌의 전설따위가 이어져 오는 건 당연한 거야. 


   어떤 사람은 불의의 사고로 평균 수명의 3분의 1도 안되는 지점에서 생을 그치고, 어떤 이는 3분의 4까지도 초과해서 살지. 나의 인생과 아빠가 사랑했던 여자의 인생이 다른 점은 무얼까. 죽음으로 명확하게 끝나버리는 인생도 있지만 그 인생이 끝난지도 모른 채 끝나버린 인생도 있어. 지루한 스텝롤만을 계속 들여다보고 있어야만 하는 인생 말야. 내가 출연할 틈도 없이 영화는 금세 끝나버리고 그 영화에 출연했던 이들의 이름이나 들여다보고 살아야하는 인생.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국 그런 인생을 살아. 이미 인생이 끝나버렸지만 그것을 알지 못하지. 


   여운아, 너의 인생은 계속 되고 있니. 나의 인생은 이미 오래 전에 끝나 있었어.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시작된 적이 없었어. 아빠의 인생도, 엄마의 인생도, 그리고 나의 인생까지 스물 세살에 죽은 아빠의 첫사랑, 그 여자의 질량이 만들어낸 중력에 이끌려 거제도 바다 속에 속박되어 있는 것만 같아. 우리 가족은 누구도 진심으로 행복할 수 없었다고 엄마는 한참을 울었어. 우리는 아빠의 시체를 화장해서 거제도 바다에 뿌렸어. 아빠는 한 번도 그런 유언을 만긴 적이 없었지만 우리는 그렇게 했어. 그날 밤 거제도 바다에는 거대한 보름달이 떴어. 우주에서 바라본 위성 같은 달이, 세계 곳곳에 숨어 있을 늑대인간들의 울부짖음이 들려올 듯한 서늘한 빛을 내뿜는 달이었어. 내 몸 속의 털까지 자라날 것 같았어. 엄마는 바다에서 죽은 영혼들이 축제를 한다고 소녀처럼 말했었어. 


   엄마를 두고 영국행 비행기에 오르며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않고 싶다고 다짐했어. 그리고 지난 모든 것과 인연을 끊고, ‘고요'가 아닌 새로운 나의 인생을 시작해야지 싶었어. 하지만 나는 이곳에서 과거의 너에게 편지를 써. 나는 현재의 너를 모르니, 과거의 네가 수신자가 될 수밖에. 사람들이 쓰는 편지는 모두 과거의 사람에게 향하는 거야. 편지를 쓰고, 고치고, 편지봉투와 우표를 고르고, 우체통을 찾고, 우체국에 도착한 편지가 우체부의 가방 속에 들어간 채, 오토바이, 자전거, 트럭, 배, 비행기, 심지어 우주선까지 각종의 탈것에 실려 어떤 주소들에게로, 그 주소 속의 이름들에게로 전해져. 그러는 동안 편지 속의 이야기도, 편지를 받는 이도, 그리고 편지를 쓴 이마저도 모두 과거가 돼. 그러니 이해하길 바래. 너에게 편지를 쓰고 있는 나는 새로이 인생을 시작하기 전의 ‘나'일지 몰라. 네가 이 편지를 받고 나를 찾아온다면 나는 너를 못 알아볼지도 모르고 알면서도 모른 채 할지 몰라. 네가 알던 ‘고요'와는 너무도 다른 나를 너는 만나게 될 거야. 서운하겠지만. 이 편지를 받는 너 역시 과거의 여운이는 아니겠지. 지금의 너는 나와의 기억도 흐릿해지고, 네가 내게 준 바닐라를 어디에 두었는지 몰라 한참을 찾고 있을 수도 있고 어쩌면 만약에… 나의 남자친구의 새 연인이 되어 있어서 내 얘기라면 정색을 하게끔 되어 있을지도 몰라. 그러나 이해해줘. 이 편지는 과거의 내가 과거의 너에게 보내는 편지야. 우리는 둘도 없는 친구이고 눈빛과 몸짓만으로도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사이인 거야. 너는 나의 필체와 잉크의 번짐따위로 이 편지를 쓰고 있던 때의 내 감정을 느낄 수도 있을 거야. 뱃고동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우리가 고등학교 3학년 때 함께 갔던 남해의 창백한 바다를 떠올리겠고, 아빠의 첫사랑을 이야기한 부분에서는 가슴이 서늘해지고, 눈시울이 젖어들지도 모르겠어. 아무리 커다랗고 무거워 뵈는 구름도 결국에는 흘러가게 되어 있어. 마찬가지로 사람의 인연도, 그것이 아무리 무겁고 크고 아름답다해도 지나가기 마련이야. 


   여운아, 그렇다면 사람은 결국 지나가버리고 말 이 순간을 왜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일까. 결국은 흘러가고 흐릿해질 인연에 마음을 다하게 되는 걸까. 난 너에게 새롭게 인생을 시작했다고 말했지만,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았고, 또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어. 그곳에서 이곳으로 왔지만… 그곳과 이곳은 정말 다른 곳이었을까. 이곳에서 생겨난 구름이 조금 늦게 그곳에 도달하고, 그곳에서 생겨난 구름이 이곳에 조금 작아진 모습으로 도착한다는 차이일뿐. 아빠가 죽은 세상과 아빠를 제외한 모두가 죽은 세상은 서로 다른 곳일까. 


   창밖에 작은 불빛들이 다가오는 게 보여. 아프리카에서 온 배들, 혹은 아시아, 아니면 아메리카에서 온 배들이 검은 파도 위를 미끄러져 오고 있어. 나는 눈을 감고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에 집중해. 

 ‘Nothing's gonna change my world… Nothing's gonna change my world….’

비틀즈의 음악은 시간의 우주를 가로질러 나에게 와. 모쪼록 이 편지도 모든 것을 가로질러 너에게, 너에게 가닿기를 기원해. 부디 안녕하길.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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