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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에 써도 되겠지만 굳이 여기다 쓰는 것은
괜히 논쟁에 휘말리고 싶지도 않고
나는 가수다를 문제 삼는 사람들 자체에 탐탁지 않은 감정을 지니고 있어서다.
김건모의 탈락과 재도전 과정을 가지고
사회 정의 어쩌구
공정한 사회 어쩌구
제작자와 시청자 간의 소통 어쩌구
약속 어쩌구
하는 말들이 참 불편하다.
불편하고 또 다시 불편하다.
사회 정의든, 공정한 사회든
연예프로그램에 대입해 진지하게 언성 높일 말들은 아니다.
그런 건 선거를 통해
혹은 사회 운동을 통해 진지하게 표출해주길 바란다.
또한 기본적으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는
대중들이 예술가를 어떻게 보고 있느냐 하는 문제이다.
프로그램 제작자와 시청자간의 '인간적인 소통'을 운운하는 사람들이
어째서 노래하는 사람의 '인간적인 감정'에 대해서는
무감각할까.
어렵게 재도전을 선택했을 가수의 심정과
대선배가 첫 번째로 탈락했을 때 느꼈을 후배 가수들의 참담함에
대해서는 어째서 이해하려고 들지 않는가.
당신들이 지키려고 하는 사회 정의가
왜 하필 '나는 가수다'를 통해
이루어져야 하는가.
온갖 반칙과 변칙, 권모술수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과열된 경쟁의 논리가 사람들의 마음까지 심각하게 병들게 했음을
이번 사건을 통해 분명히 깨닫는다.
경쟁의 과정에서 쓰러진 사람에게
한 번 손을 건내는 일이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기로 한 일이
혹은 그에 대해서 속상해하고 눈물 흘린 일이
사회 정의라는 '수사' 앞에서
그렇게 맥없이 무너져야 하는 것인가.
대한민국에 정의로운 대중들이 그렇게 많은 줄은 미처 몰랐다.
당신들 덕분에 내 주말의 즐거움이 하나 줄었다.
물론 당신들은 그것에 대해 전혀 책임을 지지 않을 것이다.
당신들 탓에 상처 받은 사람들에 대해서도 전혀 책임을 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당신들은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
미안하지만
'사회 정의'라는 말은
당신이 그로 인해 피를 흘릴 준비가 되어 있을 때 써야 하는 말이다.
진정 정의롭지 못한 것으로부터 공격 받을 준비가 되어 있을 때 쓰는 말이다.
강자가 약자에게 사용하는 말이 아니다.
시청률에 따라 편성이 좌우되는 연예 프로그램에서
당신은 강자고 프로그램 제작자는 약자다.
당신이 강자고 출연한 가수는 약자다.
착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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