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공개 대담회 에 대한 국민적, 아니 세계적 관심은 엄청난 것이었다. 동시간대 시청률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던 을 끌어내리고 시청률 1위에 올라선 것은 물론, 그 수치는 38.1%라고 하는 상상할 수 없는 숫자에 이른 것이다. 국내 시청률에 잡히지 않은 전 세계 시청률까지 합치자면 그 기록은 아마 1964년 비틀즈가 미국에 상륙한 순간을 실시간 중계한 방송의 순간 시청률를 뛰어넘는 것이었을 거다. 덕분에 나는 연말에 공중파 3사에서 공동으로 개최한 통합 연예대상에서 최고의 시사프로그램상과 최고의 피디상, 2개 부문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 댓가로 방송 이후 쏟아지는 언론의 인터뷰 요청 - 와 관련된 인터넷 기사만 589건이 양산되었다. -..
15. 진보와 진화 8 압 : 오 프리덤. 정치적 진보주의자들은 항상 정치사회적 현실을 극복하려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좀 더 나은 사회, 좀 더 자유가 확대된 사회, 좀 더 인간의 기본권이 존중되는 사회를 향해 발전해왔습니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는 그 기본권 존중의 대상이 인간을 넘어서 삼라만상에까지 그 범주가 넓혀져 가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런 세상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허나 자라면서 저는 한 가지 큰 의문을 품게 되었습니다. 가령 이런 것입니다. 만약 날이 덥다면 우리는 옷을 벗으면 됩니다. 그리고 날이 춥다면 옷을 입으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문명이라는 것은 그런 식으로 발전해오지 않았습니다. 날이 더우면 인간은 주변의 기온 자체를 낮추어버립니다. 날이 추우면 물론 그 반대로 합니다...
진보와 진화 6 나 : 네 여러분 그럼 다시 이어서 세기의 토크쇼 ‘진보와 진화' 계속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고 대표님께서 압둘 아자르 성하에게 ‘양말 벗기 무브먼트' 사람을 자유롭게 하고 사람을 구원한다고 하는 데 대체 그 주체가 되는 ‘사람'이 누구인가? 그 ‘사람'에 노동자는 포함이 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라는 논지의 질문을 하셨고, 아자르 성하는 고 대표님의 자세를 지적하며 먼저 마음을 가라앉히고 얘기를 하자고 제안을 하셨습니다. 어떻게 고 대표님, 준비가 되셨습니까? 고 : 그거 뭐죠? 저기… 아. 그래. 오 프리더엄~ 나 : 하하 네. 준비가 되셨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럼 아자르 성하 말씀 하시겠습니까? 압 : 오 프리덤. 제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말씀드리는 것..
진보와 진화 5 고 : 진화고 진보고 나발이고, 일단 사람이 먹고 사는 게 중요한 거 아니에요. 사람이 굶어죽는데 그깟게 다 무슨 소용이야. 사회자님, 안 그래요? 나 : 하하. 네 뭐,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고 : 아니, 잘 모르겠다니? 잘 모르겠다뇨. 거 말이 됩니까? 이래서 요즘 젊은 사람들이랑은 대화가 안 돼. 당최 밥을 굶어 보기를 했어, 추위에 몸이 얼어보기를 했어, 비가 새는 걸 막아 본 적이 있어? 엉? 참 나.. 이러니 다들 세상이 미쳐가지고 무신 양말을 벗는다 어쩐다 자유가 뭐다 진보가 뭐다 지랄하고 자빠진 거지! 나 : 저, 고 대표님 말씀 중에 죄송한데 고 대표님과 저는 그렇게 나이 차이가 안 나는 것 같습니다. 고 : 엥? 사회자 양반이 몇 살인데? 나 : 마흔 다섯입니다. 고 ..
11. 진보와 진화 4 진 : 먼저 기회를 주시니 얘기하지요. 인간 자신의 변화. 뭐 생물학적 변화이든, 정신적 변화이든 그것을 ‘진화'라고 전제합시다. 그리고 사회 제도의 변화 여기서 제도의 변화란 반드시 사회적 약자, 소수자, 그리고 노동자-민중 계급의 이익을 도모하는 제도적 변화를 말합니다. 그러한 사회 제도의 변화를 ‘진보’라고 합시다. 그렇다면 사회자께서 하신 질문은 다음과 같지요. 진화가 먼저냐, 진보가 먼저냐. 진화를 이야기하는 쪽에서는 항상 러시아 혁명을 근거로 삼습니다. 붉은 혁명으로 유럽의 절반이 공산화 되었고 마르크스주의의 깃발을 높이 들었지만 한 세기가 지나기도 전에 깃발을 내리지 않았느냐. 그 원인은 복합적이겠지만 그 핵심에는 결국 ‘인간'이 있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진화'를 말..
10. 진보와 진화 3 압 : 음.. 제가 한 말씀 드려도 될까요. 나 : 물론입니다. 압 : 우선, 미스터 고. 그대의 경제 활동이 내가 하는 운동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합니다. 그러나 경제라는 것에 대해 제 소견을 잠깐 말씀 드려도 좋겠습니까? 고 : 뭐 하시던가. 압 : 감사합니다. 미스터 고. 당신은 무엇을 위해서 삽니까? 고 : 엥? 압 : 중요한 질문입니다. 대답해주세요. 고 : 그딴 게 뭐 별 게 있나요. 그저 잘 먹고 잘 살려고 그러는 거지 다아. 압 : 정말 훌륭한 답이셨습니다. 오 프리덤. 고 : 엥? 압 : 모든 존재는 잘 먹고 잘 살려고 합니다. 그것이 생물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입니다. 하지만 경제란 무엇입니까. 물론 경제란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하나의 방편..
8. 진보와 진화 1 나 : 안녕하십니까, 국민 여러분. 오늘 사회를 맡게 된 칼럼리스트 장범기입니다. 반갑습니다. 오늘 모두 아시다시피 아주 특별한 대담회가 마련되었습니다. 우리 국민 중 모르는 사람이 아마 없을 겁니다. 국민 여러분 세계적인 랍비 압둘 아자르 씨입니다. 큰 박수로 환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압둘 아자르(이하 ‘압') : 오, 프리덤. 나 : 네, 감사합니다. 자, 오늘 바로 세계적인 영성 지도자인 압둘 아자르 씨를 모시고 여러 국민들이 보시는 자리에서 생중계로 심도 깊은 대담회를 나눠보겠습니다. 감히 말씀 드리자면 오늘 이 대담회는 단순히 우리 대한민국의 범주를 떠나서 아마도 우리 전 세계 인류사 전체에 아주 기념비적인 이벤트가 되지 않을까 감히 예상해봅니다. 오늘 대담회는 ‘양말 ..
7. 대인류 공개 대담회, ‘진보와 진화’ 대담회의 주제는 ‘진보와 진화'로 결정했다. 양말 벗기 무브먼트 측 패널로는 압둘 아자르와 그의 통역을 담당하고 토론을 지원할 국내 영성 연구가 최교종 씨가 확정되었다. 양말 공장 측 패널은 노동자 대표 고 씨와 유명한 진보논객 진정겸 씨로 결정되었다. 보조 패널을 섭외한 것은 사측이었다. 기왕하는 대담회인데 화끈하고 집요하게 들어가 보자는 것이었다.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 나는 사회자를 맡았지만 진행을 잘하겠다는 생각 같은 것은 애초에 없었다. 단지 압둘 아자르와 고 씨가 주고 받을 이야기에 흥미가 있을 뿐이었다. 주제는 진정겸 씨와 최교종 씨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었다. 진정겸 씨는 “진보하지 않은 사회에서 종교적 진화 운운하는 것은 알파벳을 익히지 않은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