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少年의 죽음에 작용한 힘에 관한 硏究 



 



   소년은 힘이 없었다. 그러므로 힘이 있는 다른 소년들은 소년을 괴롭혔다. 소년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차례차례 괴롭힘을 당했다. 


  우선 소년이 지방에서 수도권 소재의 J 중학교로 전학을 온 첫날의 일이다. 소년이 힘이 없음을, 거기다 심약하기까지 하다는 것을 가장 먼저 간파한 것은 김 군이다. 김 군은 전국 일진 조직에도 가담해 있다는 소문이 도는 학생이다. 소년의 자기 소개가 끝남과 동시에 교사는 서둘러 교실을 빠져 나간다. 이후 발생할 일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서다.  교사는 전학생이 오면 어떤 종류의 신고식을 당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김 군은 소년을 자기 앞에 불러 세웠다. 소년이 순순히 앞으로 나섰다. 소년은 어리둥절할 뿐 두려워하는 기색은 없었다. 그것이 김 군의 심기를 건드렸다. 김 군이 호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옆 자리의 박 군에게 눈짓으로 신호를 보내자, 박 군은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소년을 위협했다. 소년은 곧 김 군 앞에 무릎이 끓렸다. 김 군은 소년의 몸 구석구석을 살폈다. 값진 물건은 없었다. 가난뱅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것이 김 군의 심기를 다시 한 번 건드렸다. 김 군은 어떻게 하면 소년을 두들겨 팰 명분을 얻을 수 있을까 궁리했다. 그래도 이유 없이 아무나 패는 깡패는 아니라는 것이 자신에 대한 김 군의 긍지였다. 그때 소년이 김 군에게 언제까지 무릎을 꿇고 있어야 하는지 물었다. 폭력의 이유는 성립되었다. 반항한 죄. 소년은 죗값을 치르게 되었다. 김 군은 앉은 자리에서 오른 발을 휘둘러 소년의 얼굴을 걷어 찼다. 소년의 입술이 터졌다. 짖어봐. 김 군이 요구했다. 소년은 짖지 않았다. 김 군이 다시 소년의 얼굴을 걷어찼다. 멍멍 해봐. 김 군이 다시 요구했다. 소년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것이 신호탄처럼 작용했다. 박 군의 선빵으로 시작된 김 군 패거리의 구타는 교실문에 서서 보다 못해 들어온 교사의 제지가 있을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소년은 조퇴를 해야했다. 


  다음 날 소년은 학교를 와야 했다. 달리 갈 곳이 없었다. 아버지는 건설 현장 일용직 노동자였다. 광주에 지어지는 초호화 아파트 단지 건설 현장에 투입되어 있었고, 현장에서 잠을 자고 아침이 오면 일을 했다. 얼굴을 볼 일이 거의 없었다. 어머니는 중증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수도권으로 이사를 온 것은 어머니의 통원 치료를 편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어머니는 병원을 다녀오면 말이 없었고, 병원을 가기 전에도 말이 없었다. 소년은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어 본 적이 오래였다. 전날 밤에도 소년의 온 몸에 난 상처에 약을 발라주면서도 어머니는 말이 없었다. 다만 소년에게 약을 다 발라 준 뒤 조용히 기도실로 들어가 초를 켜놓고 오래도록 기도를 드릴 뿐이었다. 소년은 어머니가 믿는 하나님이 정말로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어머니의 하나님은 소년에게 김 군의 개가 될 운명을 점지해주었다. 소년은 순순히 응했다. 김 군이 바둑아 라고 부르면 콜라를 사왔고, 쫑쫑아 라고 부르면 김 군이 좋아하는 딸기맛 샌드위치와 바나나 우유를 사왔다. 김 군의 바둑이와 쫑쫑이가 된 덕분에 김 군이 보는 앞에서는 누구에게도 맞지 않았다. 소년은 김 군이 없는 곳에서만 맞아서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소년이 콜라를 사러 갔다가 팔둑에 없던 멍이 들어아도 김 군은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자신이 기르는 개에게도 애착이 없는 인간이었다. 


  한 달이 지났다. 소년은 견딜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정신은 아직 괜찮았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잠시 내려두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몸은 달랐다. 몸이 회복되지 않았다. 멍은 점점 소년의 내부로 침투해 들어가는 것 같았다. 소년은 교무실을 찾았다. 교사들은 모든 상황을 이미 알고 있었다. 담임은 소년의 말을 경청했다. 그리고 아무 일도 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안위를 지켰다. 밤 중에 지방 교육청에 전화를 걸었다. 다음 날 학생주임실에 불려가 각목 세례를 받았다. 소년은 맞으면서 소리쳤다. 제가 왜 맞아야 합니까, 내가 왜 씨발! 학생주임은 소년을 죽일 뻔했다. 다행히 기절한 소년을 계속 때리지는 않았다. 걸레가 되어 돌아온 소년을 본 어머니는 그날 밤 손목을 그었다. 구급차가 왔고, 소년은 오랜만에 아버지의 얼굴을 봤다. 저렇게 생겼었지. 다음 날 아버지는 학교로 쳐들어왔다가 경찰에 붙들려 학교 밖으로 끌려나갔다.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욕설을 내뱉었지만 교무실까지 그 상세한 내용은 들리지 않았다. 아버지는 광주로 돌아가며 소년에게 그저 참으라고 말했다. 어쩌겠냐... 그래도 시간은 간다. 아버지의 말이 옳았다. 시간은 갔다. 지옥 같은 날들과 함께. 


  완벽한 패배자가 된 소년에게 김 군은 다소 너그러워졌다. 자신의 궁궐 같은 아파트에 초대도 했다. 어림잡아 100평은 넘어 보이는 크기였다. 소년이 살고 있는 전세집은 9평이었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김 군은 담배를 피워 물고는 소년에게 ‘철권’이라는 게임을 알려줬다. 피가 튀기는 토너먼트식 격투게임이었다. 소년은 처음하는 것임에도 능숙하게 조작해 어느 새 김 군을 앞섰다. 김 군은 표정이 달라졌다. 소년은 자신이 개임을 상기했다. 결국 게임에서 졌다. 다음으로 김 군은 모자이크 처리조차 되지 않은 야동을 보여주었다. 100인치 스크린에서 거의 실물 크기의 일본인 남녀가 섹스를 했다. 여자가 남자의 성기를 20분도 넘게 빠는 장면이 계속 나타났다. 김 군이 자신의 바지를 내리고 페니스를 꺼내 소년의 앞에 보였다. 소년은 구토를 했다. 김 군의 눈에 광기가 올랐다. 소년은 김 군에게 맞으면서 죽음을 예감했다. 본능적으로 저항했다. 김 군은 더욱 거세게 소년을 때렸다. 소년은 가까이 있던 화병으로 가까스로 김 군의 머리를 내려쳤다. 김 군이 쓰러지는 것을 보고 곧장 집밖으로 나왔다. 죽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어머니가 있는 병원으로 갈까 하다가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소년의 집 앞에는 어느새 박 군과 패거리들이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소년의 휴대폰으로 문자 메시지가 왔다. 너 하나 죽여도 아무도 뭐라고 안 해. 김 군이 보낸 것이었다. 소년은 공포에 떨었다. 경찰에 구조를 요청하려고 번호를 누르려는 순간 박 군에게 발각이 되었다. 소년은 뒤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내달렸다. 그리고 마주 오던 나의 차에 부딪치고 만 것이다. 




2013. 8. 17. 멀고느린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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