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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가 얼어붙는 겨울 밤 하늘에 0.1초 전에 생긴 비눗방울 하나가 날아다닙니다. 안녕하세요. 나는 0.3초 전에 생긴 비눗방울이지요. 비눗방울은 자폐증에 시달리는 어린아이처럼 사람들의 손길을 피해 바람과 바람 사이를 떠돕니다. 제발, 내 몸에 손을 대지 말아요. 당신이 금방 손을 씻고 왔다고 해도 저는 느껴요. 당신 손에서 나는 지독한 비린내를요. 당신 손의 그 더러운 표정을 봐요. 언제라도 나를 만질 권리가 있는 것처럼 나를 보고 있잖아요.
비눗방울은 거리에 나온 사람들의 머릿카락 사이를 날아다닙니다. 비눗방울은 이대로 하늘로 오르고 올라 누구의 손에도 닿지 않는 저 먼 별에까지 닿기를 꿈꾸어 봅니다. 나는 저 달로 갈 거에요. 나는 알아요. 저 달에 토끼가 산다는 건 어른들의 거짓말이죠. 어른이 된 아이들은 그걸 다 알아요. 아이를 둔 어른들만 모를 뿐이지. 달에는 아무 것도 없지요. 나를 만질 존재가 아무도 누구도 없어요.
달빛이 크고 환해지자 0.6초 전에 생긴 비눗방울은 있는 힘을 다 쥐어짜 몸을 띄워 봅니다. 나는 갈 거야. 저 달로. 저 달에만 가면 나는 행복해질 거야. 저 달에 앉아 당신들의 더러운 별에 침을 뱉어 줄 거야. 0.8초 전에 생긴 비눗방울은 의기양양한 태도로 몸을 우쭐거립니다. 0.9초 전에 생긴 비눗방울의 몸이 순간 아래에서부터 올라오는 어떤 바람에 의해 두둥실 떠오릅니다.
드디어! 드디어! 나는 간다. 달로!
펑!
1초 전에 생긴 비눗방울이 길을 걷던 꼬마 아이의 손에 터졌습니다.
2007. 12. 9. 멀고느린구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