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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에세이

한 밤의 자랑질(?)

멀고느린구름 2012. 1. 29. 01:05
2011년 사이버문학광장 공모마당 연간 최우수상
소설 부문 심사평
 
 
각기 개성이 다른 열세 편의 작품을 읽는 과정이 즐거웠다는 것을 먼저 말하고 싶다. 등단 과정을 거치지 않은 응모자들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안정된 서술과 동시대 작가로서의 세대 감각, 안정된 구성력 등이 기성작가의 작품을 읽는 것 같은 인상을 주었다.
 
본심에서 두 명의 심사위원이 주목한 작품은 <특별한 야미의 인생>, <마트에게>, <여행가방>, <단 한번 날아오르는 순간> 등의 네 작품이었다. 
<단 한번 날아오르는 순간>은 전통적인 기법으로서의 소설적 미학에 충실한 작품이었다. 안정된 구성력이 돋보였으나 주제나 인물 캐릭터 설정에 있어서 기성작가의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기시감이 강하다는 것은 상투적이고 전형적이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여행가방>은 흥미로운 도입부와 결말의 반전이 주목을 끌었다. 소설 도입부의 임산부 출산 장면은 환상과 현실의 경계에 서서 독자들을 미궁에 빠뜨리는데, 전개되는 과정 속에서 인물이 거짓 환상 속으로 자신을 포장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해 아쉬웠다. 마지막 반전을 제시하기 위해 소설이 다소 작위적으로 전개된 인상이 있어 선뜻 당선작으로 결정하지 못했다. . 
<마트에게>는 마트라는 공간을 새롭게 재해석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마트는 단순히 수많은 공산품이 진열된 상업적 공간이 아니라, 이 소설 속에서처럼 누군가의 출산이 임박한 장소이면서 동시에 엄마의 노동 장소이자, 가족이 유일하게 화합하는 장소이다. 이처럼 매력적인 공간을 창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엄마의 죽음 이유에 대해 추리하는 과정이 지나치게 단순하게 처리되고, 결말 역시 안이하게 추억담으로 끝난 것이 다소 아쉬웠다. 
당선작으로 선정된 <특별한 야미의 인생>은 자신을 여자로 착각하는 야미라는 고양이의 인생 역전을 다룬 작품이다. 특히 이 소설은 야미의 주인이었던 세 인물 캐릭터가 매력적인데, 첫번째 주인인 크리스는 물론이고, 두번째 주인인 양주, 세번째 주인인 윤수에 이르기까지, 주변 인물들에게도 개성적인 캐릭터를 부여하여 생동감 있는 이야기로 탄생시켰다. 또한 엄살을 떨지 않고 딴청을 부리며 툭툭 상처를 털어버리는 듯한 독특한 문체가 매력적이어서, 본심에 오른 네 작품 중 단연 돋보였다. 소설의 결말에 야미가 헤어드라이기를 이용하여 윤수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과정이 지나치게 예측 가능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으나 문체나 안정된 구성력 등에서 느껴지는 작품의 매력은 이러한 단점을 충분히 상쇄할 만한 것이었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낸다.
 
 
 
2012. 1. 19.
심사위원 
구경미, 편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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