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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외로움을 없애려고 갖은 수행을 해오신 어르신께서
외로운 목소리로 나에게 물었다.
외로움을 어찌하냐고.
나는 무심히 말했다.
명상을 1시간이고 1년이고 해도
외로움이란 건 없어지지 않더라고.
단지 할 수 있는 것은...
외로움을 고통으로 여기지 않는 것 뿐이라고.
외로움과 오랜 부부처럼 손잡는 것 뿐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고통이란 무엇일까
고통이란 피가 돌고 달이 뜨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것일까
외로움이란 고통일까
분노란 고통일까
슬픔이란 고통일까
그렇다면 어찌하여
애정이란 고통이 아닐까
용서란 고통이 아닐까
기쁨이란 고통이 아닐까
외로움이 고통인 것은 그것이 애정이 아닌 까닭이고
분노가 고통인 것은 그것이 용서가 아닌 까닭이며
슬픔이 고통인 것은 그것이 기쁨이 아닌 까닭이다.
그러나 외로움도 분노도 슬픔도
우리 몸 속에 사는 하나의 시민인 것을
어찌하여 누구는 좋은 시민이고
누구는 좋지 않은 시민이라고 하는 것일까.
외로워 보지 않은 자가 애정을 알겠나
분노해 보지 않은 이가 용서를 알겠나
슬퍼해 보지 않은 사람이 기쁨을 알겠나
그 역(逆)도 매한가지
한 쪽만을 알면 한 쪽을 모르게 되는 것인데
어찌 한 쪽은 좋고 한 쪽은 그르다 할 수 있나
외로움도 분노도 슬픔도 모두 고통이 아니다
진정 고통은
애정과 용서와 기쁨만을 바라는 그 욕망이 아니겠는가...
외로움이 고통이 아니라
외롭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고통이다.
2007. 1. 9. 멀고느린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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