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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읊조리다

詩 - 그리운 친구에게

멀고느린구름 2011. 12. 9. 21:57

그리운 친구에게



오늘 내 집 주소를 모른다던 너에게서 편지가 왔다 내 마음의 주소로 편지가 왔다

지금도 여긴 앞의 길은 멀고 등이 푸른 젊음은 슬렁슬렁 가고 있고

너는 그 멀고 그리운 길가에 서서 전화를 걸려다 동전을 갈마쥐어보며 앞 뒤 모두 푸른 등이라고 피식 울지도 몰라


예전에 달넘이 무렵이면 아무 일도 없는 스무 살 하루하루에 지쳐

진전 없는 서로의 풋사랑 얘기에 취해

노래를 부르고

까닭 없이 기쁜 걸음으로 돌아오던 기숙사

그 벤치에 늘어진 젊음처럼 누워

무성히 자란 나무의 까아만 이파리들과

우리네 시간보다 빛나던 별들을 올려다보았지

그러면 잊고 있던 꿈들이 가슴 속에 반딧불이 마냥

아롱아롱 켜졌더랬는데


새 학기가 다 가도 아직 시작되지 않은 것만 같던 푸른 봄

집 떠나와 주소도 잃고 돌아갈 곳 없던 무서운 자유

잠긴 기숙사 방 문을 열던 조그만 열쇠처럼

잠긴 햇살과 하늘을 열어주던 내 조그만 친구야


오늘 너에게 남북한 정상회담보다도 중요했던

내 서글픈 사랑이야기를 가져가선

보고 싶다 듣고 싶다

너의 그 시큰둥한 얼굴을

귀찮은 듯 내뱉는

네 그 따뜻한 목소리를.


2002년 여름. 멀고느린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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