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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친구에게
오늘 내 집 주소를 모른다던 너에게서 편지가 왔다 내 마음의 주소로 편지가 왔다
지금도 여긴 앞의 길은 멀고 등이 푸른 젊음은 슬렁슬렁 가고 있고
너는 그 멀고 그리운 길가에 서서 전화를 걸려다 동전을 갈마쥐어보며 앞 뒤 모두 푸른 등이라고 피식 울지도 몰라
예전에 달넘이 무렵이면 아무 일도 없는 스무 살 하루하루에 지쳐
진전 없는 서로의 풋사랑 얘기에 취해
노래를 부르고
까닭 없이 기쁜 걸음으로 돌아오던 기숙사
그 벤치에 늘어진 젊음처럼 누워
무성히 자란 나무의 까아만 이파리들과
우리네 시간보다 빛나던 별들을 올려다보았지
그러면 잊고 있던 꿈들이 가슴 속에 반딧불이 마냥
아롱아롱 켜졌더랬는데
새 학기가 다 가도 아직 시작되지 않은 것만 같던 푸른 봄
집 떠나와 주소도 잃고 돌아갈 곳 없던 무서운 자유
잠긴 기숙사 방 문을 열던 조그만 열쇠처럼
잠긴 햇살과 하늘을 열어주던 내 조그만 친구야
오늘 너에게 남북한 정상회담보다도 중요했던
내 서글픈 사랑이야기를 가져가선
보고 싶다 듣고 싶다
너의 그 시큰둥한 얼굴을
귀찮은 듯 내뱉는
네 그 따뜻한 목소리를.
2002년 여름. 멀고느린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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