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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인테리어 2부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높아진(?) 독자분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좀 더 공력을 들이느라 시일이 걸렸네요^^; 

자, 그럼 기다리시던 멀고느린구름의 주방을 지금 공개하겠습니다!


0. 멀고느린구름의 주방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카모메 식당>에서 영감을 받아 인테리어한 주방입니다.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핀란드의 헬싱키항에서 조그만 일본 전통식당을 꾸려가며 살아가는 여인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랍니다. 영화 속의 카모메 식당은 상처입고 지친 사람들이 쉬어가면서 따스한 에너지를 보충 받고, 서로 간의 유대감을 쌓아가는 장소인데요. 쓸쓸히 독수공방하는 저에게도 이곳이 그런 곳이기를 기원하며.. 그리고 이 공간에 모쪼록 많은 벗들이 찾아오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그런데 정작 친구들은 집이 너무 멀다고 ; _ ; 얘들아, 파주로 이사 와 흙...) 

위 사진들만 보면 이전 주방의 모습이 상상이 안 되시겠지요? 먼저 말씀드리자면 이렇게 환골탈태하기까지 치열한(;;) 노동의 과정이 있었습니다. 다시 또 먼저 말씀드리자면 웬만하면 시도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고요.. 이렇게까지 말하면 이 셀프 인테리어 시공기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반문하시겠지만... 그냥 세상에는 저러고 사는 인간도 있다는 정도로, 그냥 피식 웃고 마는 정도로 즐겨주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그래도 하시겠다면 말리지 않습니다. 다만... 어떤 지옥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지옥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만 조언해둡니다.

이전의 주방 모습을 한 번 보실까요?


아... 구수합니다 :  ) 저 아스트랄한 냉장고의 절묘한 위치... 전 세입자님들의 공간감각에 경의를... 


저 싱크대 왼쪽에 불쑥 튀어나와 있는 정체 불명의 돌판(무게 = 멧돼지 두 마리) 을 치우느라 이틀 동안 팔굽혀 펴기를 통해 팔 근육을 길러야 했습니다. 라는 사실을 꼭 언급하고 싶습니다. 


"머... 멀더, 여기 외계인의 흔적이 있어요..."

라고 중얼거리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전 세입자가 떠나간 후의 이 집 주방을 처음 본 때였지요. 여러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전세집이라고 막 쓰지 맙시다 ; _ ; 

자, 이제 왜 제가 지옥 그 이상의 지옥이라는 표현을 썼는지 조금은 공감이 되시려나요? 그럼 이제부터 치열한 환골탈태의 과정을 함께 보시지요^^*

1. 청소(혹은 지옥의 장)

이건 도저히 답이 안 나오는 오염 수치였기 때문에 우선 청소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시간 넘게 쓸고 닦고 긁고(?)... 그리고   

네, 뜯어냈습니다. 뭔가 미군이 이라크에 파병 갈 때 입을 것 같은 기하학적 전투복 무늬 같은 싱크대 찬장을요. 저 그로테스크한 무늬를 창조한 그 누군가에 경의를 표합니다. 당신, 분명 2157년 후에는 인정 받을 거에요. 장담합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2157년 후에 저에게 소송을 거세요. 

이야... 아름답죠?

저 후두둑 떨어져 내리던 검고 조그만 아이들은 결코 바O벌레 베이비라던가 그런 건 아니었겠지요? 네.. 저는 그렇게 믿고 싶어요. 지나간 일이니까요. 

청테이프를 이런 곳에 쓰리라고는;; 아무튼 서글픈 기억은 봉인하기로 해요. 


2. 페인팅(혹은 망각의 장)


깨끗하게 화이트 :  ) 하얗게 지워버린 악몽입니다. 페인트 칠하기의 지난함은 이미 전 편에서 말씀드렸는데요. 저 뒷면에 있던 지옥의 벽은 페인트를 칠하자 친절하게도 롤러에 말려서 벗겨지더군요 :  ) (아, 고마워라) 그런데 하나가 벗겨지니 뒷면에 또 다른 벽지가... 그 벽지에 다시 페인트를 칠하니.. 또 다시 벗겨지고 그 뒤에는 신문지가... 그리고 다시 칠하니... 그 다음에는 한지가...(응? 대체 이 빌라는 언제 지어진 거야?!) 

어떤 인테리어 서적에 보면 벽에 페인팅을 하기 전에 벽지에 분무기로 물을 뿌려서 벽지를 깨끗하게 발라내라고 쓰여 있는데요. 여러분, 이사한 집에서 평생 사실 게 아니라면 그런 무모한 일은 하지 않으시는 게 좋습니다. 벽지 뒤에 어떤 괴 생물체가 살고 있는지 장담할 수 없고, 무모하게 도전하다 보면 벽지를 통해 대한민국 근대화의 역사를 공부하시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중에서  


장판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입니다. 쿨하게 하얗게~ 하얗게~
주방은 이전에 작업한 침실의 2배 정도 크기였는데 페인팅에도 이제 좀 이력이 붙어서 2시간만에 끝장내버렸습니다. 허허허. 그럼 다음 편으로. 

3. 바닥 깔기 
 


바닥을 깔 때는 위의 사진처럼 이어지는 방과 패널을 동일하게 맞춰주는 게 좋아요. 방과 방이 서로 연결된 것 같은 느낌을 주고, 그로 인해서 공간이 넓어보이는 효과를 내거든요. 그리고 데코타일 깔 때는 박스에 넣어져 있는 크기 그대로 일률적으로 까는 것보다는 조금씩 크기를 달리해서 까는 것이 더 보기 좋답니다. 

※ 바닥 까는 법은 크게 2단 교차법과 3단 교차법이 있는데요. 

* 2단 : 첫 번째 줄을 시작할 때는 원래 크기의 패널을 놓고 이어서 다음 패널을 계속 수직으로 배열하시고요. 두 번째 줄에서는 원래 크기의 절반으로 패널을 잘라서 시작하는 겁니다. 그럼 첫째 줄과 둘 째 줄이 절반 크기씩 서로 어긋나는 모양새가 되면서 좀 더 아름답지요. 셋째 줄은 다시 원본 크기, 넷째 줄은 원본의 절반. 다섯째 줄은 다시 원본 크기. 이렇게 까는 겁니다. 

* 3단 : 2단과 동일한 방법인데요. 줄 하나를 더 추가하는 겁니다. 즉, 첫 째줄은 원본 크기. 둘째 줄은 1/2 크기. 셋째 줄은 1/3 크기로 놓고 시작하는 거지요. 넷째 줄은 다시 돌아와서 원본. 그 다음 1/2, 그 다음 1/3 크기. 아시겠지요^^?


뭐가 나올까봐 무서웠습니다... 덜덜
 


바닥 깔기는 의외로 어렵지 않으니 여유를 가지고 쉬엄쉬엄하시면 됩니다. 아 또 한가지 팁을 드리자면 데코타일이나 각종 타일 혹은 원목 바닥재를 깔 때도 접착제를 바르고 깔도록 되어 있는데요. 접착제가 유독성 물질인 데다 냄새도 심해서, 저는 한 번 접착제를 안 바르고 그냥 조각 맞추듯이 타일을 맞춰봤는데요. 의외로 접착제 없이도 서로 딱 맞물려서 떨어지거나 벌어지지 않고 멀쩡히 바닥에 붙어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 생각에는 꼭 접착제를 바르지 않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각자 판단하셔서 더 좋은 쪽으로 선택하시길 :  )


이제 다 깔았네요^^* 다음 편은 선반 달기와 패널장식 붙이기, 수납형 벤치 만들기, 조명 달기 등등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이만 :  ) 


2011. 11. 9. 멀고느린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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