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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삼매경에 빠졌다. 한 달 사이에 인테리어 관련 서적만 5권을 읽었다. 틈만 나면 웹서핑으로 셀프 인테리어에 관한 정보를 수집한다. 즐겨찾기를 해놓은 사이트나 블로그만도 여럿이다.
여러 책과 경험자들이 이야기하는 셀프 인테리어에는 일종의 법칙성이 있음을 발견했다.
1. 벽을 꾸미는 방법은 벽지보다는 페인팅이 좋다.
2. 가구는 시트지를 활용해 새롭게 바꿔라.
3. 장판에 가장 많은 돈을 들여라.
4. 소파나 침대는 비싼 돈을 투자해 사지 말고, 공방을 이용해 담백하게 틀을 짜고, 쿠션과 침구류를 통해 담백한 미를 살릴 것.
5. 창틀과 문틀을 교체하라.
6. 수납장은 가급적 있는 듯 없는 듯하게 조성해라.
이상 여섯가지가 내가 찾아낸 셀프 인테리어의 핵심 비법이 되겠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내 방 하나를 갖는 게 소원이었다. 중학생이 되어서야 겨우 얻게 된 나만의 다락방을 나는 무척 사랑하였다. 그래서 다락방에다 잡지에서 오려낸 사진 같은 것도 전시하고, 미술시간에 그린 내 파스텔화 같은 것도 붙여두고 해서 제법 그럴싸한 공간을 만들었다. 친척들이 집에 방문할 때마다 내 다락방은 기묘한 괴짜 문학소년의 방으로 소개되고는 했다.
본격적인 나의 방 꾸미기 생활은 부산에서 서울로 유학을 와서 자취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나는 6년이 넘는 시간을 동일한 자취방에서 살았는데, 근 1년을 주기로 컨셉을 바꿔가며 방을 재구성하는 놀이를 즐겼다. 첫 번째 자취를 시작했을 때는 오랜 시간 모아온 영화 포스터들로 방을 채워 드라마틱한 생활을 했고, 두 번째는 사방을 책으로 둘러 싸서 방 자체를 서재화 시켰다. 세 번째는 획기적으로 살림살이를 줄여 담백한 멋을 살리려 했고, 네 번째는 아메리카 원주민에 심취했던 시기여서 곳곳에 위대한 추장들의 사진을 배치하고 종교적인 느낌을 자아냈다. 다섯 번째는 그간의 모든 컨셉을 뒤섞었다.
그런 식으로 갖가지 실험적인 시도를 해보니 이제는 나름의 룸 스타일 같은 것이 생겨서 26살 이후부터는 일관된 인테리어 철학을 가지고 방을 구성하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철원의 방이나 이전에 지내던 파주의 방이나 큰 차이는 없어지게 되었다.
내가 추구하는 인테리어의 기본은 벽은 흰색, 가구와 바닥은 흑갈색의 원목 재질이다. 그리고 다양한 빛깔의 소품들로 포인트를 살린다. 창은 크게 내고, 틀은 흰색으로 한다. 전반적으로 방마다 책들이 놓여 있다. 굳이 표현하자면 설원을 배경으로 한 아마존의 숲이랄까. 아마도 새로 이주하게 될 집이야 말로 내 셀프 인테리어 인생의 진정한 종결판이 나오게 될 것이다.
심심하던 차에 간단한 도면도 그려보았다.
2011. 8. 11. 멀고느린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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