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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리뷰

공효진 - 공책

멀고느린구름 2011. 6. 25. 03:09
공책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 한국에세이
지은이 공효진 (북하우스,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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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점수 :  ♥♥

"내가 앞서 환경에 대해 이야기한 것들은
나도 싫은데 누군가에게 떠밀려 한 이야기가 아니다.
좋은 것이라서 같이 나누고 싶어서 한 이야기다
... 중략... 

이건 당신에게 보내는 초대장과도 같다. 
끝없는 즐거움과 기쁨이 보장되는
우리들의 파티에, 우리들의 놀이에
당신도 함께해주면 좋겠다는 초대.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더 재미있고 즐겁고
많은 것들이 변화될 거라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으니까."

-243쪽-



  여러 지면을 통해 밝히고 있지만 내 삶의 가장 근본적인 목적은 '지구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지구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자연에 가까운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우리가 살고 있는 생태계를 '환경'이라고 말한다. 1990년 중반을 거치며 자연보호 라는 개념이 환경보호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이 도시화되고 문명화되었다는 뜻일 테다.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풀꽃들과 곤충, 동물, 그리고 강물과 바람에 이르기 까지 어느 것 하나 살아 숨쉬지 않는 것이 없다. 그네들이 없이 인간은 살아 있을 수 없다. 모두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들숨과 날숨을 함께 공유하는 생명체들이다. 하지만 이렇게 거창한 이야기를 시작하면 '또 그런 이야기냐?'라는 거부반응이 들기 마련일 것이다. 보통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들은 늘 이러한 거대 담론이 아니었다. 아주 작은 것들, 우리가 쉽게 할 수 있는 것부터 소곤소곤 이야기해보는 것이 아무래도 좋겠다. 

 그런 취지에서 요즘 '구애정'으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공효진 씨가 쓴 <공책>은 무척 반갑다. <공책>은 여느 연애인들의 수기처럼 그의 인생역정이나 성공기를 다룬 책이 아니다. 그렇다고 '패셔니스타'라는 수식어에 어울리는 패션 담론집도 아니다.

  <공책은> 자연(책에서는 '환경'이라고 표현했지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공효진 씨는 유기견과 유기묘가 가진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서, 그리고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지구를 위하는 행동들에 대해 그녀 나름의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함께 하시지 않을래요?" 

  그녀는 대단한 일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지 않아도 될 일에 대해서 말하고자 한다는 점을 거듭 밝힌다.  

유기동물에 관심을 가지는 것
화초를 기르며 작은 풀꽃 속에도 생명의 경건함이 있음을 깨닫는 것
철저한 분리배출로 자연을 덜 아프게 하는 것
연예인으로서 모피 코트 구매를 자제하는 것
자전거를 타며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하는 것
아껴쓰고 다시 재활용해 쓰는 습관을 들이는 것
쓰지 않아도 될 전기와 물을 절약하는 것
비닐봉지 대신 에코백을 이용하는 것
종이컵 대신 머그컵을 애용하는 것 
등등 

평소 그녀가 실천해오거나,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것들에 대해서 귀여운 그림과 어여쁜 사진을 곁들여 소개하고 있다. 조곤조곤 조심스런 그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나 역시도 '아, 이런 부분은 내가 생각을 못했구나'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와 함께 지구 어딘가에서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열심히 지구를 위해 하루하루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에 연대감과 동지애가 마구 솟구친다. 나도 더 분발해야지 하게 된다.

  혼자 사는 집이지만 내 집에는 쓰레기 통이 네 개가 있다.  종량제 봉투에 담을 일반 쓰레기통 하나, 폐지를 모으는 쓰레기통 하나, 캔과 플라스틱 또는 석유 제품을 모으는 것 하나,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통 하나. 이렇게 네 개다. 한꺼번에 모아서 버려놓고 분리수거를 하는 일은 무척 귀찮고, 지저분해서 선뜻 마음이 나지 않는 일이다. 그러나 애초에 버릴 때부터 구분해서 버려두고 나면 마음이 가뿐해진다. 보통 3주에 한 번 꼴로 재활용 쓰레기들을 수거함에 버리고 온다. 종량제 봉투에 담을 일반 쓰레기는 4개월에 한 번 꼴로 밖에 비우지 않는다. 꼼꼼하게 분리수거를 하고 보면 사실 그냥 버릴 일반 쓰레기라는 것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종량제 봉투를 살 돈도 절약하고 지구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자긍심도 덤으로 얻으니 일석이조다. 

 시장에 갈 때는 반드시 내 전용 에코백을 사용한다. 6년 전인가 여성영화제를 보러 갔다가 업어온 아이다. 슈퍼에 가서 물건을 사고 계산을 할 때 비닐봉지를 꺼내는 점원을 향해 "안 주셔도 됩니다."라고 말하는 순간이 가장 즐겁다. 나 하나가 쓰지 않는다고 지구가 얼마나 덜 아프려나 생각될 수도 있지만 나 하나부터라는 생각이 결국 지구를 병들지 않게 하는 첫걸음이다. 6년 전 내가 처음 에코백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장을 볼 때 굳이 따로 가방을 들고 가는 것이 무척 어색했고 주변에 '동지'들도 전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제법 에코백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늘어서 기쁘다.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세계는 좋은 방향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다짐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자동차'를 사지 않는 것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지구에 '심각한 해'를 끼치는 차는 사지 않겠다는 것이다. 내 기준에서 보면 지금의 석유와 가스를 에너지로 쓰는 모든 자동차는 지구에 '심각한 해'를 끼치고 있다. 그러므로 나는 이 자동차들을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 지인들에게 나는 종종 "태양열 자동차가 500만원쯤 하면 살 거야."라고 포부를 밝힌다. 내 지인들은 아마도 최소한 10년쯤 후에나 내가 차를 운전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해준다면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 태양열 차는 이미 개발이 완료된 상태이다. 단지 구매 수요가 처절하게 적기 때문에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 수지를 맞추려면 억대의 가격을 책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람들이 차의 속도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에 대해 좀 더 열린 시각을 갖게 되길 기대할 따름이다. 태양열 자동차 가격이 500만원 정도로 떨어질 때까지 나는 열심히 자전거 패달을 밟을 것이다. 

  이외에도 종이컵 쓰지 않기, 화초 기르기, 전기와 물 절약 등 공효진 씨가 소개하고 있는 대부분의 일들을 나는 '함께' 실천하고 있다. 지구를 도우려는 '동지'로서 사회에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이런 책을 써준 것이 무척 고맙고 반갑다. 앞으로도 더 많은 유명인사들이 자연을 지키는 문제에 대해 발언하고, 작품을 만들고, 행동해주었으면 한다. 그러면 그럴수록 우리들의 '동지애'는 더욱 돈독해지고, 새로운 지구 지킴이들이 하나 둘씩 생겨날 테니까. 

  자연을 보호하는 일에 관심이 있었지만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될지 몰랐던 분이라면 가볍게 <공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구애정'의 매력에 빠진 남성이라면 책 속에 삽입된 어여쁜 공효진 씨의 사진들이 감상 포인트가 될 수도 있겠다. - 바로 나처럼 ㅎㅎ - 출판사의 판단이었겠지만 책 자체가 재생용지를 사용하지 않은 점은 살짝 아쉽다. 그럼에도 이 책이 많이 팔리고, 보다 많은 보통 사람들이 읽어서 작은 실천들을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나 역시 공효진 씨와 같은 말을 하며 글을 맺는다. 

"함께 하시지 않을래요?"




2011. 6. 25. 멀고느린구름. 


뱀발 : 읽는 내내, 연예인이기 때문에 혹시 독자들로부터 오해받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공효진 씨가 자연 보호에 대한 책을 썼다고 해서 그녀가 모든 상황, 모든 순간을 그 신념에 따라서만 행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때로는 잘 몰라서 오판할 수 있다. 다만, 그 사람이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어떻게 자기 자신을 돌아보려 하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모쪼록 독자들이 연예인 공효진이 아닌 인간 공효진의 글로서 이 책을 대하였으면 싶다. 세상의 그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 제인 구달이라고 침팬지가 싫어지는 순간이 없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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