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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리뷰

박근형 - 중국 읽어주는 남자

멀고느린구름 2011. 3. 11. 05:35
중국읽어주는남자
카테고리 역사/문화 > 동양사 > 중국사 > 중국사일반
지은이 박근형 (명진출판사,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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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 점수 : ♥♥♥


   20세기 후반기에 탄생한 한국인의 대부분 -나를 비롯한- 은 '중국'에 대해 오해하며 자랐다. 중국인은 게으르고 가난하며, 우리보다 조금 뒤쳐진 개발도상국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중국을 짱깨 혹은 뙤놈이라 지칭하며 자라났고, 그들을 남의 물건이나 복사해서 불법으로 팔고, 얻을 것은 값싼 노동력 밖에 없는 나라로 치부했다. 그러다 21세기 들어 갑자기 G2라는 말이 나돌고 중국이 세계 2위의 경제강국으로 부상하자 당황했다. 사람들은 중국이 '벼락 스타'가 된 것처럼 여겼다.

  하지만 중국은 언제나 스타였고, 세계의 중심에 있었다. 오히려 중국이 세계의 중심에서 살짝 벗어난 것이 인류 역사 전체에서 요근래 100년뿐인 것이다. 중국은 세계 문명 발상국 중 그 고대의 에너지를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이며, 그 인구 수만으로도 세계전체를 압도하고도 남는다. 기원전 5000년까지의 역사 기록을 유지하고 있는 국가 역시 중국이 유일하다. 한국인이 그동안 중국을 괄시했던 것이 기묘할 정도로 중국은 강대한 잠재력을 지닌 나라다. 

  박근형의 『중국 읽어주는 남자』는 일반적인 한국인들의 '오해'를 간명하게 풀어주기에 적당한 책이다. '인문학적 프레임으로 들여다본 중국의 과거 -현재 -미래' 라는 부제를 달고 있지만 사실 그 정도로 거창한 책은 아니다. 한 쪽에 필기도구를 갖추고 안경을 낀 채 볼 게 아니라, 소파에 누워서 또는 이불 속에서, 여차하면 화장실에 앉아서 읽기에 적당하다. 

  7개의 장으로 구성된 본문은 중국의 역사, 언어, 문화, 사회현상, 정치, 경제 등 거의 중국의 제반사항을 핵심 키워드를 위주로 다루고 있다. 가령, 현재 중화인민공화국의 95%를 이루고 있는 '한족'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 주(周)나라의 이야기를 짚고, 상인이 중심이 된 상국(商國)으로서의 전통을 언급한다. 상업국가로서의 전통은 마오쩌둥이 공산주의를 채택한 이후에도 중국인의 무의식에 그대로 남아 중국의 자본주의화를 이끌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중국은 근자의 100년을 제외하고는 세계 중심에서 밀려나본 적이 없기 때문에 중국인들이 우리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중국인으로서의 큰 자부심을 갖고 있음을 소개한다.  그들은 여전히 자신들이 천자국(天子國) - 하늘의 뜻을 대변하는 천자(황제:진시황 이후 사용된 중국의 임금 명칭)가 다스리는 나라-이라는 관점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본문의 전반은 대체로 중국의 뿌리와 현상을 소개하는 데, 후반은 현재의 중국이 선진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 해결해야할 과제를 진단하는 데 할애하고 있다. 북한과의 관계에서, 그리고 통일한국에서 국경을 맞댈 국가로서, 나아가 동아시아 연합의 파트너로서 우리는 점차 중국과 불가분의 관계에 놓이게 될 것이다. 이미 세계 질서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2강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고, 다수의 미래학자들이 중국의 세계 1위 탈환을 점치고 있다. 

  책의 7장에서 소제목으로 쓰고 있는 것처럼 "한국인과 중국인은 서로 싫어해봐야 손해"다. 북한 문제, 동북공정 문제, 경제협력 문제 등 숱한 문제들이 중국과의 관계 속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한국인의 대다수가 중국, 혹은 중국인을 무시하고 그들과 중화인민공화국에 대한 무지 상태에 빠져 있다. 근대를 맞이하며 우리는 일본의 성장과 변화를 간과해 '일제강점기'라고 하는 오욕의 역사를 써야 했다. 같은 과오를 되풀이 한다면 같은 결과로 귀결될 것이다. 우리는 중국의 성장과 변화를 예민하게 살펴야 한다. 그것은 비단 정치인과 지식인, 경제인의 몫만은 아니다. 오히려 대다수의 일반 국민의 의식 속에 새로운 중국을 그려넣어야 한다.  『중국 읽어주는 남자』를 읽는 것이 그 첫 획이 될 수도 있겠다. 


2011. 3. 11. 멀고느린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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