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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비긴즈는 들어봤어도 존레논 비긴즈는 처음 들어봤다고 당신은 말할지도 모르겠다. 오로지 비틀즈 팬을 위해 만든 영화라는 영화평론가들의 평가 속에 흑역사 속으로 잊혀지고 있도 영화 '존레논 비긴즈'. 레논의 팬인 나는 영화보기를 즐겨하지 않는 성향을 극복하고 영화를 찾아 보았다.
영화는 존레논과 폴 매카트니가 아직 비틀즈를 결성하기 이전 '쿼리맨'으로 활동하던 1957년 경의 이야기를 다룬다. 카메라는 존 레논의 청년기를 따라 움직이며 그의 비극적인 청춘의 첫 페이지를 포착한다. 지척에 어머니를 두고도 어머니가 아닌 어머니의 언니와 살아야 했던 그의 유년 시절. 존은 끝없이 자신의 뿌리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 이모부의 죽음을 계기로 어머니를 찾아나서게 된 존은 바로 이웃 동네에 살고 있었던 어머니를 만난다. 그 어머니는 지나치게 자유분방한 영혼을 지녔고, 음악을 사랑하는 여인이었다. 존은 그녀에게서 자신의 본질과 뿌리를 발견하고 빠르게 자신의 어머니의 영혼과 동화되어 가며 음악의 세계에 발을 디딘다. 어머니가 사랑한 음악을 통해서만 어머니와 교감할 수 있었던 서투른 청년은 점차 음악 자체 속으로 빠져든다. 그리고 천재적인 음악소년 폴 매카트니와 조우한다. 그리고 전설은 시작된다.
레논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비틀즈의 달콤한 성공만은 아니었다. 비틀즈의 첫 시작에 그는 가장 비극적인 사건을 겪는다. 자신을 음악으로 이끌고 자신이 음악을 하는 가장 중대한 이유였던 것의 상실. 그 상실을 통해 레논은 청년에서 성인이 되고, 동네 밴드 쿼리맨은 비로소 세계적 밴드 비틀즈가 된다. 그 자신은 마초적인 성향을 다분히 지니고 있으면서 끊임없이 여성적인 것 속에서 구원을 찾았던 존 레논. 그의 모든 어둠과 고민, 그리고 상처의 시작이 이 영화에 담겨 있다. 감독은 신파에 갇히지 않고, 한 발 떨어진 시선으로 레논과 그를 둘러싼 풍경을 차분하게 담아낸다. 마지막 장면에서 상실을 딛고 또 다른 세계로 떠나는 존 레논의 모습은 거대한 바다로 출항하는 조그만 고기잡이 배를 연상케 한다.
'가족'이란 싫든 좋든 그 존재자체만으로 뻗어나가려는 사람들에게는 굳센 뿌리가 되어주고, 돌아오려는 이들에게는 돌아올 장소가 되어준다. 누구든 '가족'을 상실한 -그것이 물리적이든, 정신적이든- 이들은 어떻게든 그 대체물을 만들 수밖에 없다. 누구도 뿌리없이 유령처럼 떠다닐 수 없으며, 돌아갈 곳 없이 영원한 유랑을 할 수는 없으니까. 존 레논에게는 그 대체물이 '여성'이었을 것이며, 그 종착지에 '오노 요코'가 있어 주었으리라. 존 레논은 잃어버린 행복을 찾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족'을 대체할 것을 발견할 수 없다. 가족이 아닌 모든 사람간의 관계는 모조의 '계약'일 수밖에 없다. 내가 상대를 전혀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도 나를 계속해서 사랑해줄 상대가 존재할까. 만얀 그런 상대를 발견한다면 당신은 행운아다.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불행을 겪을 준비를 해야할 것이다. 보편적인 인간은 가족 너머의 관계를 타인에게 원한다. 하지만 당신은 이제 막 가족을 얻었을 뿐이다. 그러니 곧 당신은 그 가족 너머의 관계를 갈구하게 될 것이다. 당신이 얻은 '가족'이 친구이거나, 영혼의 멘토라면 다행이지만 '연인'이라면... 당신은 어떤 형태든 가족이 된 이를 둥지 삼아 여행을 떠나려 할 테니까.
'존 레논 비긴즈'는 존의 삶에 돋보기를 들이대고 그의 심리를 세밀하게 캐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 정도로 펼쳐 보일 뿐이다. 오히려 그런 거리두기가, 해석을 써놓지 않은 여백이 영화 속의 어딘가에서 내가 서성일 수 있게 해준다. 존의 고민과 상처가 오로지 그의 것만은 아님을 느끼게 해준다. 영화의 빈 곳에 관객 각자의 이야기를 써놓을 수 있게 해준다. 영화가 끝난 후 올라가는 스탭롤을 보며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우리들 각자의 전설이 시작되는 지점을 돌이켜 보게 된다.
2011. 3. 1. 멀고느린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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