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낙종 베트남은 호치민 이후에도, 이전에도 이 책은 썩 훌륭한 책이다. 베트남과 라오스와 미얀마를 지도에서 구분해내기 위해 구글 검색 찬스를 써야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말이다. 베트남이 독립국으로서 1800여년의 장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인구는 1억에 육박하고, 수십 갈래의 소수민족과 공생해오는 동안 유네스코에서 보존가치를 인정한 다채로운 전통문화를 꽃피워왔다는 사실을 나는 당연히 몰랐다. | 베트남은 장구한 역사와 다채로운 문화를 지닌 나라다 내가 좋아하는 싱어송라이터 한대수의 노래 중에 '호치민'이라는 곡이 있다. "호치민에 대해서 말하자면 거 참 재밌는 사람이에요."하고 시작되는 한대수의 읊조림은 폭격음처럼 거칠게 쏟아지는 록 사운드를 견뎌내며 이어진다. "약 3200일의 끝없는 폭격을 밤낮으..
손경수 카리브의 바다는 어떤 빛깔로 어느 날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더니, 우편함에 누가 보냈는지 알 수 없는 흰 봉투가 있다. 혹시라도 내가 폭발물 테러의 대상이 될 정도의 국가주요인물일까봐 걱정하며 봉투를 열었는데, 그 속에서 공짜 비행기 티켓이 한 장 나타난다. 이 티켓에 쓰여진 여행지에 대해 서술하시오. 위와 같은 문제가 느닷없이 20대 후반 즈음의 내게 출제되었다면 나는 분명 쿠바에 대해 써내려가기 시작했을 것이다. 한창 신자유주의가 가져온 폐해를 겪으며 대안으로서의 사회주의적 요소를 고민하던 시기였다. 체게바라의 열풍은 이미 한반도를 지나간 지 오래였지만, 나는 뒤늦게 라는 영화를 통해 ‘체’에게 빠져들었었다. | 혁명가가 되기 이전 청년의사 체게바라의 여행을 다룬 영화 내게 쿠바는 영웅의 나..
오사코 히데키 우리가 아프리카에 대해 말하려면 아프리카를 생각하면 머리 위에 뜨거운 태양이 이글거린다. 신발 속의 모래를 털어내야 할 것 같고, 기아에 굶주려 형형히 눈동자만이 빛나는 아이들에게 무어라도 건네야 할 것 같다. 우리 속의 아프리카는 그렇게 하나의 대륙에서, 경계가 불분명한 하나의 나라로, 그리고 하나의 이미지로 고착되어 왔다. 나는 아프리카 대륙에 53개국의 나라가 있으며, 다양한 기후와 자연환경이 존재하고, 피부색도, 문화도, 종교도 서로 다르다는 것을 뚜렷하게 알지 못했다. 어떤 대상에 대해 모호한 이미지만으로 판단하는 것. 그것을 우리는 ‘선입견’이라고 부른다. 아프리카는 내게 그 대륙의 크기만큼 거대한 ‘선입견’이었다. | 아프리카 사람이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게 되는 '마사이족'의 ..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저자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출판사민음사 | 1999-03-20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불멸의 작가 괴테의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여 갖가지 문화행사들...글쓴이 평점 나는 아직도 흔들리며 을 완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청소년권장도서 목록에 내려앉은 먼지처럼 항상 끼어 있던 이 작품을 처음 마주한 곳은 백과사전의 세계명작 코너였다. 베르테르라고 하는 한 반골 기질이 있는 젊은 지식인이 약혼자가 정해져 있는 매력적인 여성 로테를 짝사랑하고, 사랑에 실패하자 죽음을 선택한다고 하는 3류 연애 소설 같은 줄거리가 그 코너에 소개되어 있었다. 위대한 문학작품에 대한 동경에 사로잡혀 있던 청소년 시절의 내게 이 책이 권장될리 만무했다. 시시한 로맨스 소설이라고 여겨 제대로 읽지 않았다. 그 ..
검은 사슴 - 한강 지음/문학동네 빛이 새어드는 입구는 어디 대관령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창밖으로 바라다보이는 모든 것들은 하얀 색이었다. 작년 이맘 때쯤 나는 대관령의 양떼목장을 보러 혼자 여행을 떠났다. 가방 속에는 한 권의 소설책이 들어 있었다. 한강의 이었다. 책과의 인연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와이 순지의 러브레터가 극장마다 걸려 있을 때였고, 나는 한창 이상은의 라는 음반에 푹 빠져 지냈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어기여 디어라'를 들으며 부산의 보수동 책방 골목을 걷다가 이 책을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왔다. 당시 나는 이미 이라는 소설집을 통해 한강 소설가에게 푹빠져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책장에 책을 꽂아두었지만 읽지는 못했다. 그해 겨울은 너무 바빴고 해결해야 할 삶의 문제가..
달의 바다 - 정한아 지음/문학동네 '꿈'이라는 거짓을 즐기는 법 매력적인 제목, 아름다운 표지 일러스트. 는 내가 좋아하는 요소를 두루 갖춘 작품이어서 한 번에 내 눈길을 끌었다. 를 쓴 정한아씨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책이 나오기 이전의 일이다. 대학 도서관에서 일을 할 시기였다. 나는 대산대학생문학상에 원고를 내보려고 지난 수상작들을 살펴보다가 '나를 위해 웃다'라는 단편을 읽고 놀랐었다. 그 작품은 담백함, 참신함, 메시지를 두루 갖춘 수작이었다. 그 단편으로 대산대학생문학상을 수상한 이가 바로 정한아씨였다. 비슷한 또래로 대산대학생문학상을 수상한 것만으로도 질투가 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장편으로 문학동네작가상까지 따버리다니. 나는 속으로 음험한 음모론까지 구상해보기도 하였다. 문장 라..
밤이 선생이다 - 황현산 지음/난다 밤의 선생을 기다리며 '밤이 선생이다' 라는 말은 무슨 말일까. 황현산 선생님 - 재학하던 학교의 불문학과 교수로 재직하셨던 분이고, 학부시절 불문학과 수업을 들으러 다녔을 때도 수 차례 뵌 적이 있기에 '님'자를 붙여서 예를 갖추고자 한다 - 의 지난 산문을 모아 엮은 의 표지에는 어둠 속에서 흰 종이에 무언가를 쓰고 있는 노인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어둠과 노인의 몸은 경계를 잃고 서로 이어져 있다. 어둠 속에서 글을 쓰는 손과 문장들이 만들어고 있을 머리, 그리고 글이 쓰여질 백지만이 환하다. 아마도 '밤'이라는 것은 엄혹한 세상이나 인생의 어두운 시기를 뜻할 것이다. 그런 것이 선생이라는 것은 곧 고난이 우리를 성장케 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상투적인 금언이..
태연한 인생 - 은희경 지음/창비 태연한 인생에 태연히 저항하다 "자신은 사라져버린 별을 너무 오래 바라보고 있었다. 사라진 것은 완결된 것이며 완결된 것은 변하지 않는다. 죽은 것이다. 어머니는 눈을 감았다. 고독 역시 스스로 의식함으로써 살아 있을 뿐이었다. 이유를 깨달았다거나 시간에 지쳤다거나 하는 명분은 어리석고 공허했다. 어떤 일이든 때가 되었기 때문에 종결되는 것이며 때가 되었다는 말은 그때를 알았다는 뜻이기도 했다." 260P 얼마 전 생소한 단어가 언론의 입에 오르내렸다. 슈퍼문. 이전부터 과학 서적 등에서 몇 차례 목격한 단어이긴 했지만 일상적으로 보는 기사에 이 단어가 등장한 것은 이색적이었다. 사람들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이 이색적인 단어를 언급했고, 뉴스들은 앞 다투어 그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