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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읊조리다

詩 - 아를의 강가에서

멀고느린구름 2012. 6. 28. 11:07

아를의 강가에서 



아를의 강가에서 차를 멈추고

선루프를 열어 별들을 내려오게 했다

설혹 짧은 생 속에도 눈물은 고인다고

새벽의 취기를 빌려 이야기했다

너와 내가 고른 맥주의 이름은 달랐지만

비우거나 지우거나

강물에 띄우고픈 말들은 닮아 있었다

저편의 불빛이 아를을 떠나는 배라고 나는 말했다

누구나 자기의 삶을 떠나버리고 싶은 때가 있었다

가슴에 켜켜이 쌓인 

지나온 밤의 무게에 숨이 막혀

태양계 너머에 놓인

별들의 강을 무심코 올려다보았다

하루가 시작되지 않기를 바라는

오래전의 나와 지금의 네가

거기에서 만나 부끄러이 손을 잡고 

침묵의 춤을 춘다

하늘과 강, 혹은 시작과 끝의 어슴에서

우리는 다시 너와 나의 하늘이 밝아오는 것을 

담담히 바라보며 각자의 삶을 주워들었다

우물처럼 멀어지던 아를의 강가에서.



2012. 6. 28. 멀고느린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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