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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읊조리다

詩 - 그해 겨울

멀고느린구름 2011. 5. 29. 12:29

그해 겨울 


그해 겨울. 바스러진 언 숨이 화톳불 곁 군밤장수의 털신까지 쌓이던 겨울.

하루하루 겨울날은 그리도 추웠다. 자정 넘어 어머니는 눈송이 같은 어머니는 동태처럼 지쳐 돌아왔다. 꺼져 버린 연탄불...... 한숨으로 도독한 지갑 뒤적이더니 번개탄 대신 어머니가 사들고 온 복권 두 장 꿈으로 가는 기차표 두 장. 무명이불 말아 덮고 훌쩍이던 내게, 내 배고픔 속에 어머니의 시린 나날 속에 놓인 쓸쓸한 희망. 천만원만 걸리면은 더 이상 가난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 막내 도시락에 두 종류 반찬을 넣을 수도 있다. 아니 그저 그저...... 천원만 걸리면 순대를 사먹을 수 있겠지...... 복권을 긁으며 전 생애로 긁으며 몇 만 시간만에 피식 웃음이 났다. 덧없이 부풀었던 그 작은 꿈 그 바램이 넘친 탓일까. 웃음 끝에 웃음 끝에 어머니는 흐느껴 울진 않았다. 휴지 조각 된 꿈만이 덩그러니 찔끔 울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눈송이 같은 어머니는 복권 두 장을 사들고 동태처럼 지쳐 돌아왔다. 성탄절 저녁, 당첨된 천원 한 장을 손에 쥔 앙상한 삶에 까닭 없이 뒤채이는 낙엽 같은 소녀는 살풋 웃었다. 따끈한 순대를 사 먹을 수 있기에... 하루하루 겨울날은 그리도 추웠다. 어느 이름 모를 날 눈송이 같던 어머니는 하얀 눈나라로 이슬처럼 소소히 떠나 돌아갔다. 아직도 거리에 나부끼는 눈 같은 햇살 눈 같은 어둠 눈 같은 바람 그 낱낱에 미친 그리움으로 토해내는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그해 겨울. 지하철역 어드메쯤 얼어붙은 고물상 아저씨 철이 장난감 품고 하늘나라 돌아가던 겨울.



1998. 겨울.  멀고느린구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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