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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점수 : ♥♥♥
'배두나씨의 출연작이라면 무엇이든 OK라는 주의자'이기 때문에 예전부터 '공기인형'을 보려고 벼르고 있다가 엊그제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로 보게 되었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여전히 배두나씨는 나이스 바디로군" 하는 감탄사가 흘러나왔지만, 그런 말초적인 감상을 이어나간다면 조금 지성적으로 보이지 않으니 꾹꾹 접어두기로 하겠다.
지성인-으흠-의 관점에서 본 영화는 기대를 충족시킨 부분도 있고, 영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어 보통의 만족도를 표현하는 하트 세 개를 주었다. '공기인형'은 일종의 작가주의 영화로서, 감독의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 캐릭터를 희생시킨 작품이다. 공기인형이라는 것 자체가 '속이 비어 있는 개체'를 상징하는데, 감독은 영화를 통해서 현대를 살아가는 도시의 인간 역시 그와 다르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덕분에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다들 어딘가 알맹이가 없는 듯한 인간들뿐이어서 캐릭터마다의 역할과 기능만을 담당하고 자기만의 말을 하지 않는다. 공기인형 '노조미'의 실제 주인과 노조미가 사랑하는 비디오가게 점원 사이에 캐릭터상의 변별점이 존재하지 않아서, 어째서 노조미는 자신에게 더 친절한 주인을 사랑하지 않고 무뚝뚝하기 짝이 없는 비디오 가게 점원을 좋아하는가 의문을 가질 정도다. 역시 젊은 남자 쪽인 건가 싶다.
이 영화를 감상할 때 팔장을 끼고 앉아서 지나치게 근엄한 자세로 매의 눈을 하고 보아서는 곤란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방시혁식의 독설을 내뿜으며 영화를 꺼버릴 수도 있으니까. 그것보다는 나이스한-음- 배두나씨의 명연기와 아름다운 자태를 감상하면서 기대하지 않았는데 이 정도까지라는 감탄사를 내게 하는 BGM을 음미하는 것이 좋겠다. 그와 함께 몽환적인 히로카즈 감독 특유의 영상도 즐겨주시면 되겠다.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이지만 메시지 그 자체에 감동을 받겠다는 자세보다는 인간 속의 허무라는 추상적인 실체를 어떻게 영화로 구체화했는가, 허무한 세계의 풍경이란 어떤 모습인가 라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면 제법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다. 특히 초반부에 처음 마음을 얻은 노조미가 동네의 이곳저곳을 거니는 장면은 빛의 온도감과 봄나들이의 설레임이 한껏 느껴진다. 압권이다. 영상과 음악, 배두나씨의 연기만으로도 이 영화는 가치가 있다.
P.S : 용이 감독이 자신이 찍은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에 대해 배두나가 가장 아름답게 묘사된 영화라고 호언장담한 일이 있다. 미안하지만 히로카즈 감독에게 세 표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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