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꿈에서 의사의 딸을 보았다. 가깝기도 하고 멀기도 한 거리에 딸은 서 있었다. 소년은 딸에게 다가갔다. 딸은 멀어졌다. 소년은 다시 다가갔다. 딸은 다시 멀어졌다. 같은 극의 자석들처럼 서로가 서로를 밀어내는 느낌이었다. 두 사람은 거리를 유지한 채 멈추어 섰다. 검은 허공이 조금씩 조금씩 두 사람을 어디론가 운반해 가고 있었다. 소년은 자기 자신이 원래의 자리에서 지나치게 멀리 와버렸음을 느꼈다. 허나 돌아가야 할 곳은 더 이상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어둠, 어둠, 어둠만이 가득했다. 의사의 딸도 어둠에 묻혀버렸다. 소년은 딸의 생김새를 잊어버렸다.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가 누구였던가도 잊었다. 소년에게는 두근거렸던 심장만이, 사랑의 육체만이 남았다. 이내 그것마저도 지워졌다. 소년이 지워졌다...
사람을 이기는 것은 힘들었지만 죽이는 것은 쉬웠다. 사람을 이긴다는 것은 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과 죽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 두 가지 항을 충족시켜야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죽이는 것은 오직 지지 않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박 군을 죽이는 일은 너무 간단해서 실망스러울 지경이었다. 늦은 밤 박 군은 동네 편의점에서 디스 한 갑을 사서 나왔고, 곧 흡연을 위해 인적이 드믄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그가 담배를 입에 물고 호주머니에서 라이터를 찾는 순간 소년은 그의 뒷목에 과도를 내리 꽂았다. 박 군은 피를 쏟으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소년은 그 자리를 벗어나 멀찍이 떨어진 건물의 옥상에서 박 군의 숨이 멎어가는 과정을 지켜봤다. 거리가 피로 물드는 장면은 붉은 장미꽃이 피어나는 장면과 닮았다. 다행히 휴대폰 전..
少年의 죽음에 작용한 힘에 관한 硏究 序 소년은 힘이 없었다. 그러므로 힘이 있는 다른 소년들은 소년을 괴롭혔다. 소년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차례차례 괴롭힘을 당했다. 우선 소년이 지방에서 수도권 소재의 J 중학교로 전학을 온 첫날의 일이다. 소년이 힘이 없음을, 거기다 심약하기까지 하다는 것을 가장 먼저 간파한 것은 김 군이다. 김 군은 전국 일진 조직에도 가담해 있다는 소문이 도는 학생이다. 소년의 자기 소개가 끝남과 동시에 교사는 서둘러 교실을 빠져 나간다. 이후 발생할 일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서다. 교사는 전학생이 오면 어떤 종류의 신고식을 당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김 군은 소년을 자기 앞에 불러 세웠다. 소년이 순순히 앞으로 나섰다. 소년은 어리둥절할 뿐 두려워하는 기색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