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없음 제목에만 의지하여 시작되는 소설이라면 나도 쓴 적이 있다. 이렇게 문장을 쓰는 순간 이미 하루키에게 지고 시작하는 게임이 된다. 그는 나보다 훨씬 연상이고, 훨씬 이전부터 프로 소설가로서 글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글을 통해서 무언가 남과 승부를 내보려고 하는 시도 자체가 잘못된 발상이라고 이제 와서 이야기하기도 조금 머쓱하다. 아무튼, 아무튼이라고 정리하자면 소설가 중에서는 제목만 정해놓고 그 제목에서 풀려나오는 대로 멋대로 이야기를 써버리는 부류도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첫 소설집이라고 열심히 홍보를 하고 있는 이 소설집은 그런 부류의 소설 작법을 통해서 만들어진 소설집이다. - 그렇지 않은 소설도 있는 모양이지만 대다수가 그런 식이다. - 일단 읽어보면 알겠지만 제목과 전혀 상..
밤이 선생이다 - 황현산 지음/난다 밤의 선생을 기다리며 '밤이 선생이다' 라는 말은 무슨 말일까. 황현산 선생님 - 재학하던 학교의 불문학과 교수로 재직하셨던 분이고, 학부시절 불문학과 수업을 들으러 다녔을 때도 수 차례 뵌 적이 있기에 '님'자를 붙여서 예를 갖추고자 한다 - 의 지난 산문을 모아 엮은 의 표지에는 어둠 속에서 흰 종이에 무언가를 쓰고 있는 노인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어둠과 노인의 몸은 경계를 잃고 서로 이어져 있다. 어둠 속에서 글을 쓰는 손과 문장들이 만들어고 있을 머리, 그리고 글이 쓰여질 백지만이 환하다. 아마도 '밤'이라는 것은 엄혹한 세상이나 인생의 어두운 시기를 뜻할 것이다. 그런 것이 선생이라는 것은 곧 고난이 우리를 성장케 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상투적인 금언이..
이윽고 슬픈 외국어 -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진욱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문학사상사 쓰지 않아도 그만일 이야기의 필요성 언제나 글을 쓰기 전에 느끼는 것이지만, 무라카미 하루키 씨의 책 리뷰를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책 리뷰라는 것은 단순히 내가 읽은 책에서 받은 감명을 기록한다는 1차적인 의미도 있지만 이렇게 반 공개된 장소에서 '굳이' 특정한 책을 읽은 감상기를 남긴다는 것은 그 책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함의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책을 널리 알리려는 행위가 되고 말아서 사실 별 소용이 없는 짓이 되고 만다. 친절한 출판사 편집부로부터 쓰지 않아도 그만일 이야기따위는 그만 써도 좋습니다 라고 이메일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구태여 ..
하루키와노르웨이숲을걷다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지은이 임경선 (뜨인돌출판사, 2007년) 상세보기 하트점수 : ♥♥♥ "세상에는 천재적인 작가들이 분명히 존재하는 듯하다. 별로 고민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글을 쓰기 시작하면 한 권의 소설이 완성되는 사람들. 스무 살 무렵에 작가로 데뷔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런 타입들로 분명히 '천재'로 불릴 만하다. 하지만 무라카미 하루키는 전혀 그런 타입이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떠오르기는커녕 끊임없이 운동해 가며 체력을 쌓은 뒤 자기 안에 있는 우물 속으로 들어가 뭔가를 퍼 오지 않으면 안 되었다." - 179쪽 임경선 씨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월간지 '페이퍼'에 실린 인터뷰 기사를 통해서였다. 어느 호였던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유명한 연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