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탁스 G렌즈, 그리움의 빛을 담다 내가 현재 쓰고 있는 카메라는 올림푸스에서 미러리스의 역사를 새로 쓰면서 출시한 E - P1, 통칭 펜(PEN)이라고 불리는 기종이다. 이 카메라를 처음 본 순간 이 녀석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바로 나의 이상을 실현해줄 카메라는. 어릴 적부터 카메라에 대한 동경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여느 집에나 있을 법한 흔한 똑딱이 카메라가 집에 한 대 있었고, 그것도 별로 쓰임이 많질 않아서 다락방 어딘가에 먼지를 먹고 있을 뿐이었다. 대학교 22살이 될 무렵까지 휴대폰 하나 갖고 있지 않았던 나는 특별히 사진을 찍을 일이 없었다. 그러다가 22살이 되던 어느날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중국에서 제작된 싸구려 디카를 하나 사게 되었다. 그 녀석의 애칭은 '파람이'였다. 이후 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 김영하 지음/문학동네 김영하는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작가이기도 하다. 지금의 김영하가 있게 만든 를 읽었을 고교생 시절에는 한국에도 유럽 본토에 대적할만한 신인이 나왔다! 고 감격했었다. 하지만 그 뒤에 읽은 이나 의 경우 그만한 감흥을 받지 못했다. 그 뒤로는 다소 게으르게 그의 작품들을 읽어왔다. 는 한 해 동안 국내의 굵직한 상들을 두루 수상하던 시기에 발표해 화제를 모았던 이후 그가 오랜만에 출간한 단편집이다. 읽기 쉬운 것부터 읽어가는 내 독서 방식 대로 짧은 꽁트들부터 읽었다. 정말 재미가 없었다. 부산에서는 흔히 없는 맛없는 음식을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니맛 내맛도 없다. 이 단편집 속에 수록된 꽁트들은 딱 그맛이었다. 굳이 읽을 필요가 있..
김영하의 여행자 - 하이델베르크 - 김영하 지음/아트북스 "나는 하우프트슈트라세를 가로지르는 비둘기 떼를 뚫고 성령교회의 높은 첨탑을 아슬아슬하게 비껴 아주 높은 곳으로 올라갑니다. 나는 열두 살의 그 해파리처럼 투명한 육신으로 흐느적거리며 허공을 부유합니다. 나의 눈은 맑고 몸은 유연하며 정신 명징합니다. 이 높은 곳에서 나는 오래된 도시를 내려다봅니다. 양갱처럼 검은 네카어 강에는 오렌지빛 석양이 깔리고 있습니다. 삶을 생각하기에 좋은 도시는 바로 이런 곳입니다. 나는 어쩐지 다음 생에도 이 도시에 오게 될 것만 같습니다. 사랑하는 당신, 안녕." - 김영하 (여행자 41쪽) 내가 콘탁스 G1을 처음 만난 것은 이 책을 통해서였다. 한 곳의 여행지, 한 대의 카메라, 그리고 한 편의 이야기라는 기획으..
위대한 개츠비 (반양장) -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영하 옮김/문학동네 "그러므로 우리는 물결을 거스르는 배처럼. 쉴새없이 과거 속으로 밀려나면서도 끝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 는 2005년 타임이 선정한 '20세기 100대 영문 소설' 중 한 편이다. 제목만큼이나 위대한 이 작품을 읽는 데 나는 많은 세월이 걸렸다. 처음 이 책을 펼쳐 들었던 것은 중학교 2학년 시절의 어느 여름 구립 도서관이였다. 중학생들을 위해 시행하는 방학 독서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 무언가 위대한 인물의 전기적인 내용이지 않을까 싶어 제목만 보고 꺼내 들었으나, 불과 몇 분만에 잠들어 버리고 말았다. 그 뒤 내가 선택한 것은 아이작 아시모프의 이었다. 나는 방학내내 아이작 아시모프의 책만 읽었다. 그리고 고등학생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