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 ) 오랜만에 만나는 멀고느린구름의 셀프 인테리어 교실(?)입니다!오늘은 제가 일하고 있는 대안학교 파주자유학교의 작은 책방 인테리어 과정을 소개합니다. 이른바 '뷰티풀 파자 프로젝트' 1호입니다. 과거 가사실(?)로 쓰이던 3~5평 정도의 공간입니다. 과거 상태를 보여드리면 좀 더 극적인 변화를 느낄 수 있으실 텐데 아쉽게도 이전 사진을 찍어놓질 못했네요. 뭐, 그건 학교의 명예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요. 위 모습은 가사실의 각종 위험한(?) 물건들을 말끔히 소거한 상태의 순정 가사실의 모습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이 아이가 작은 책방으로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함께 보실까요~ 책방 인테리어에 앞서 파주자유학교 청미래과정(중고등과정) 소광장(소강당이라고 하죠) 답답하게 둘러싸고 ..
무의미한 밤 열대야도 막바지였다. 차에 시동을 걸었다. 어째서인지 잘 걸리지 않았다. 차에서 내려 본네트를 열고 엔진 부근을 살펴보았다. 물론 엔진 구조에 대해 배운 것은 10여년 정도 전인 중학교 3학년 기술 시간이었다. 손가락 끝에 기름 때를 몇 번 묻혀보다가 다시 본네트를 닫았다. 운적석에 다시 앉아 시동을 걸었다. 특별히 한 일도 없는데 시동이 걸렸다. 차를 돌려 오래된 주공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왔다. 새벽 1시. 입구에 가까워지자 뒤늦게 주공 아파트 단지로 들어섰을 차들이 제멋대로 주차되어 있었다. 간신히 빈 틈들을 찾아 차를 몰았다. 세 번째 난관에 봉착했을 때는 집으로 다시 들어가려고도 했다. 세번 째 난관이란 간신히 9인승 벤츠와 12인승 스타렉스 사이를 빠져나왔을 때 일어났다. 직진 방향..
종로에서 친구와 헤어지고 혼자 길을 걸었다. 종묘에서 안국역까지. 인사동길을 가로질렀다. 토요일이라 사람들이 붐볐다. 루체른에서의 나와 그를 닮은 외국인들이 보였다. 남극탐사대원처럼 패딩점퍼에 방한 마스크와 두터운 목도리까지 여러겹한 사람은 남국에서 왔을 것이었다. 한편 북국에서 온 외국인들은 한결 여유로워 보였다. 이쯤이야 라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항구도시에서나 볼 수 있었던 외국인의 모습이 이제는 일상적인 것이 되었다. 지도 위에 있는 검은 점 어디에서나 다른 검은 점으로 이동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고, 자신이 태어난 세계에 불만을 품은 이들은 여행자가 되기를 꿈꾸었다. 이국의 여행자가 되어 고국에 대한 향수병을 느낀 뒤에야 내가 태어나고 살았던 곳이 그리 나쁘지 않았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물론 걔..
의사의 첫마디는 각오를 하셔야 할 것 같다는 것이었다. 대체 무슨 각오를? 이라고 물을 필요는 없었다. 드라마 대사는 현실을 복제했고 현실은 드라마 대사를 복제하는 세상이었으니까. 유방암이라고 했다. 비극의 드라마가 다 그렇듯이 초기는 아니었다. 중기와 말기의 사이라고 했다. 가파른 언덕을 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언덕을 넘어가면 쉼터가 나올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올라왔던 비탈길로 고꾸라져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물론 의사가 그렇게 말한 것은 아니었다. 마음 속의 번역일 뿐. 병원을 나오는 길에 엄마의 손을 잡았다. 나보다 작은 손. 창백한 손. 남자친구는 칼 세이건의 말을 인용해 지구를 표현하기를 즐겼다. 창백한 푸른 점. 엄마의 손은 창백한 하얀 점. 그 손에 지구의 운명이라도 달려있는 듯 조심스..
집과 가장 가까운 편의점에서는 갖가지 이름의 생수를 팔았지만 보리차는 팔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옷깃을 여미고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슈퍼마켓까지 걸었다. 걷는 도중 진눈깨비를 맞았다. 첫눈이라면 첫눈이라고 할 수 있었다. 휴대폰을 들어보았다. 새벽 5시 36분. 시계를 보려는 것은 아니었다. 남자친구는 마지막 힘을 다해 잠을 자고 있을 시간이었다. 슈퍼마켓에 도착했다. 스스로의 머리를 쥐어박을 수 밖에 없었다. 세상에 새벽 5시 39분에 문을 열고 있을 슈퍼마켓은 없다. 아마도 없을 것이었다. 소득도 없이 발길을 돌렸다. 진눈깨비는 등과 어깨 이마, 볼, 입술, 손등과 손가락 마디에까지 내려앉았다가 이내 홀연히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도깨비 같은 눈이라서 진눈깨비라고 했을까. 안개 속에서 귤빛 헤드..
2 고양이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아니, 어쩌면 고양이를 걱정하는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트위터의 타임라인에는 다가오는 겨울 들냥이들이 동사하거나 로드킬 당할 것을 걱정하는 이들의 글이 많아졌다. 날이 추워질 수록 다들 문을 꼭꼭 닫아 놓기에 고양이가 몸을 녹일 곳은 없어지고 결국 고양이는 가장 따뜻한 자동차 엔진 밑으로 기어들어가 있는 다는 것이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의 자동차 밑에 가장 따뜻한 겨울을 보내는 고양이가 잠을 자고 있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 알 필요도 없어 했다. 타임라인에서는 모쪼록 차량 시동을 걸고 출발하기 전에 자동차 아래를 살펴봐달라는 당부를 했다. 나는 지킬 수 없었다. 나는 자동차가 없었다. 대신에 길을 걸을 때마다 자동차 아래를 들여다보는 습..
고양이가 있었다 1 고양이를 본 것은 검은색 세단 차가 주차장을 빠져나간 후였다. 적막한 어둠을 간신히 밀어내는 것 같은 희미한 울음 소리가 나는 쪽으로 눈길을 돌리자 거기 검고 조그만 고양이가 있었다. 고양이에 대해 자세히 아는 바는 없었다. 그렇지만 한 눈에도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 고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고양이는 멈추지 않고 계속 울었다. 주변은 캄캄했고, 달은 구름에 가려져 있었다. 뒤돌아서서 50미터 정도 걸었다. 아기 고양이의 울음 소리가 내 팔꿈치에서라도 새어나오는 듯 선명했다. 안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새로 산 스마트폰을 꺼내 손전등 어플을 구동했다. 앞이 환해졌다. 그러고도 잠시간 망설였다. 어느 순간은 울음이 멈췄다. 몇 걸음을 앞으로 더 걸어나가 보았다. 곧바로 다시 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