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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소중한 친구를 만난다면 


내가 있는 이곳은 자취방이야. 고려대학교에서 5분 정도 거리에 있는 나만의 세계.
조그맣다면 조그말 수 있지만, 내 생각의 나무를 키우고, 내 몸이 쉬기에 충분한 땅이니 뭐 지내기에는 괜찮아^^. 너도 내년에 서울에 오게 되면 이런 곳에서 생활하게 될테지.
 
어느새 겨울바람이 12월을 데리고 왔다. 밤이면 꽤 쌀쌀해져, 아침에도 그렇고. 일곱 시 쯤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나가는데, 얼굴에 닿는 바람이 스산해. 흠 그래도 내 아침의 첫숨을 불어넣어주는 겨울바람은 참 좋다. 네가 사는 그곳에도 찬 겨울바람이 숨을 불어넣어 주겠지. 12월. 신춘문예가 주루룩 있는 달이지. 음 나대로 열심히 글을 써보고 있는데, 좀 게을러서 큰일이야^^; 그런 거 알려나? 시험 때 되면 괜히 공부하기 싫고, 딴 짓 하고 싶은 마음. 설마 너도 그런 마음 정도야 느끼겠지.
 
요즈음 소설 마감이 가까워 짐에도 불구하고, 인디언들에 관련된 책들을 열심히 찾아서 읽고 있어. 한 권 한 권 읽을 때마다.. 미국인들에 대한 미움이 커져간다^^;(쿡..이러면 인디언들의 정신세계에 역행하는 것인데 말야^^;음음 나도 그들을 자매형제로서 너그럽게 이해하는 마음을 가져봐야지) 인디언들(사실 인디언이라는 말은 바보 같은 미국인들이 처음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했을 때 거기가 인도인줄 알고, 거기 사는 사람들을 ‘인디언=인도인’ 이라고 부른 것에서부터 유래되지. 원래대로라면 아즈텍, 라코타,파우네, 호피, 쇼쇼네, 마푸크 족 등의 이름이 있어. 총칭해서 ‘땅의 사람들’ 이렇게 부르면 될거야^^*)의 정신세계는 내가 예전부터 자연과 세상으로부터 느껴왔던 것들, 가져왔던 생각들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서 기분이 참 좋아.
 
정말 자매형제를 만난 것 같아. 길가의 자잘한 돌멩이, 바위, 숲의 나무들, 하늘을 여행하는 새들, 들판을 노니는 짐승들, 노래하는 풀벌레들, 춤추는 파도, 흐르는 강, 세상 곳곳에 빛을 주는 태양과 달. 이런 모든 것들에 인간과 같은 ‘생명’ 있다는 것. 바람이 실어다주는 숨을 모두 같이 나누어 가지고 있다는 것. 나는 그래서 숨을 나누어 가지는 모든 것들이 우열 없이 모두 소중하다고 생각하거든. 소위 문명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이런 모든 사물들을 인간과 분리해서 생각하고, 대상화 도구화 시키고 이용하는 데 급급하지.
 
하지만 난 이들 모두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해. 서로 대화하면서 말이야. 돌멩이나 나무하고 사람이 어떻게 말을 하냐고 여기지만, 그건 사람들이 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법을 잊었기 때문이 아닐까. 고요한 숲의 바위 위에 혼자 가만히 앉아 있거나, 산들바람부는 언덕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거나 하고 있으면, 내게는 들려와 여러가지 것들의 목소리가. 내게 어떤 말을 전하려 하는 지는 잘 알 수 없지만, 귀를 기울이면 들을 수 있고, 마음을 기울이면 알 수 있어.
 
왜 사람들은 그걸 모를까? 너도 그러니? 그 목소리들을 들을 수 없니? 그래, 만약 들을 수 없다고 해도 그건 네 탓이 아닐 거야. 우리가 사는 문명의 소리들이 자연의 목소리를 지우고 있으니까.
 
언젠가 소중한 친구와 만난다면 함께 바다를 바라보고 싶어. 그것만으로 나는 그 친구와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거야. 함께 아름다운 순간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너의 현재가 어떤지 잘 알지도 못하고, 괜히 마음 편한 소리를 해서 기분 상하게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구나. 부디 내가 너에게 보내는 글들, 이야기들이 네 삶에 신선한 숨을 불어주는 바람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12월 13일쯤 부산에 내려가게 될 거야. 그때 기회가 닿으면 한 번 보자. 정말 오랜만에 보는 거지^^? 그러면 그때까지 건강하렴. 몸도 마음도. 안녕.
 
나는 무엇을 가지고 가게 될까? 
땅 위에 나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으리라. 
내 심장은 어떻게 할까? 
살기 위해서 그리고 땅 위에 싹 트이기 위해서 무작정 왔을까? 
적어도 꽃은 남겨두자. 적어도 노래들은!
 
 -네차후알코요틀(존경하는배고픈코요테)
 
 
2001.12. 3.  멀고느린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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