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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지난 번 셀프인테리어는 침실부터 시작했지만 이번에는 거실부터 시작합니다. 왜냐면 100% 완성된 것이 거실 뿐이어서요^^; ㅎㅎ
제가 이번 홍대 인테리어의 컨셉으로 잡은 것은 '파리지앵'이랍니다. 제가 유달리 프랑스 소설이나, 프랑스 음악(샹송) 등을 좋아하기도 해서요. 뭔가 파리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집에서 살면 좋겠다... 게다가 나는 '홍대피플'이 되었으니까! 라는 마음에서 주로 파리에 사는 예술가들의 집 인테리어를 많이 참고했답니다. 도서관에서 프랑스어로 된 인테리어 잡지도 보고 ㅎㅎ
그러다가 이번에는 거실 벽 한 쪽도 좋아하는 파란색으로 칠해보자 싶었답니다. 그래서 시작했지요.
그래도 경험이 있었던 탓에 쉬웠습니다...는 커녕; 원하는 색이 나오지 않아 벽 하나 칠하는 데 페인트를 두 통이나 썼습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충고 드리는 건데... 여름에는 이런 짓 하지 마세요. 여름에 수고하시는 모든 페인트공 여러분, 존경합니다. 꾸벅. 무튼,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색은 아주 예쁘게 나왔답니다.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는 실제로 보면 더 예쁜데... 뭐 보여드릴 방법이 없네요^^; ㅎㅎ
첫 사진을 보면 다음 순서가 뭐일지 짐작이 되시나요? 네 그겁니다. 한국의 건축가들이 기묘하게 애정하는 체리색 몰딩과 창틀을 없애버리는 거죠. 왜냐면 저는 파리지앵이니까~
후딱 해치워버렸습니다. 아, 여러분 시간개념을 다시 정립하셔야 되는 것이... 이 셀프인테리어에서 말해지는 '후딱'이란 대략 '2시간 이상 3시간 이하'를 의미합니다. 음음. 원래는 이렇게 미세한 페인팅을 할 때는 마스킹 테이프란 것을 부착하여 색이 틀밖으로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석인데요... 뭐 여름이었거든요. 까치발로 저 천정에 마스킹 테이프를 두르고 있는 장면을 생각해보시면... 끔찍하죠? 그래서 과감히 생략했습니다; 평생 살 집도 아니니까요. 음음.
몰딩 페인팅을 하려다보니 천정에 이런 독창적인 블라인드 삼형제(누리끼리, 체리, 누리끼리)가 벌레들을 몸에 붙인 채 다정하게 달려있더라고요. 아... 정말 이런 센스는 어떻게 타고나는 건지... 전에 살던 사람이 스웨덴 유학생이라던데... 여러분, 스칸디나비안 인테리어 그런 걸 모든 북유럽 사람이 하고 사는 건 당연히 아니란 걸 체감하시겠죠^^; 여기나 거기나 오십 보 백 보일 겁니다. 미안하지만 이 삼형제는 그대로 저에게 숙청당했습니다.
페인팅만으로 우리 아이가 이렇게 달라졌어요 : ) 창밖 풍경이 괜찮죠?
다음은 바닥 타일 깔기. 지난 번 파주 때도 사실 하얀 타일로 하고 싶었는데 도착한 것은 사진과는 다른 묘한 누리끼리 회색의 타일이었어요. 할 수 없이 깔기는 했지만 사는 내내 마음이 쓰였었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된 하양 타일이 도착했답니다. 기쁜 마음으로 척척. 파주 때는 3단 깔기 - 타일 길이를 3가지로 달리해 부착하는 방법 - 를 했었는데, 막상 그렇게 하고 지내보니 지나치게 현란하다는 느낌을 주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위 사진에서 보이는 대로 2단 깔기를 했습니다. 훨씬 안정감이 들었어요. 바닥까지 깔고 나니 집이 완전히 색다르죠? 여기에다 화룡점정을 가했습니다. 도면을 유심히 보신 분은 예감하셨겠지만...
짠! 파리라면 역시 샤랄라 커튼이 있어야 되는 거죠! 이번에는 좀 더 예산을 과감하게 투자하여 커튼을 달았답니다. 좌우에 있는 파랑 커튼은 암막커튼 역할을 해서 낮에 영화를 보고 싶을 때는 저 아이로 햇빛을 가릴 수 있게 했죠. 평소에는 린넨 소재로 된 저 땡땡이 커튼이 빛을 부드럽게 투과시켜 줘서 로맨틱한 자연광을 연출해준답니다. 덤으로 안에서는 밖이 잘 보이지만, 밖에서는 안이 잘 들여다보이지 않게 해주죠. 촘촘하게 짜여져 있어 바람은 들지만 벌레는 드나들지 못하게 막아줘서 모기장 역할도 대신해요 : ) 칙칙한 모기장보다 저런 공기 투과성이 좋은 커튼을 달아두는 것도 실용적인 인테리어 센스겠죠.
자, 이제 하드웨어(기본 방)는 완성되었고, 다음은 소프트웨어(가구)를 배치하는 일이 남았습니다. 실은 이것이야말로 인테리어의 색깔을 만드는 중요한 작업입니다. 이리저리 배치를 바꾸어 보면서 실전 감각을 키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인테리어 관련 잡지나 서적을 통해 다양한 배치 사진을 많이 볼 수록 좋다는 건 상식이겠죠.
우선, 덩치가 큰 가구들을 어디에다 배치할지를 먼저 생각하고 머릿속으로 혹은 실제로 그림을 그려보세요. 덩치가 큰 가구들에는 옷장, 책상, 소파, 책장 같은 것들이 있겠죠. 저는 미리 도면을 그려놨으니 그대로 했으면 됐겠지만...
갑자기 변덕이 들어 이런 짓(;)을 해버리고 말았답니다. 책장으로 창문을 가려버린 거죠... 이후 이 한 번의 오판이 대참사를 일으킬 줄이야... 미리 말씀드리지만... 창문으로 향하는 공간이 트여 있지 않으면 어떤 방식이든 거실 인테리어로는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가급적이면 창문은 가리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 것이 좋겠습니다.
파주에서 데려온 하양소파는 이렇게 배치를 해보았습니다. 책장이 단 칸일 때는 그런대로 공간도 여유가 있고 괜찮아 보이지만... 저 책장이 6개로 늘어나 거실을 정확히 횡단해버리자... 갑갑함이 극에 달해버렸답니다. 침실도 위 사진처럼 거실 우측에 배치를 할까 생각했는데... 일주일 자보니 책 먼지에 질식할 것 같아서; 결국 집필실을 거실로 옮기고 침실을 독립시켰답니다.
처음에는 이런 훈훈한 광경을 생각했던 것이었습니다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 집에는 윤아 양이 없다는 데 비로소 생각이 미쳤습니다. OTL
드디어 이삿짐들이 도착하고...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동네 중고가구점에서 무척 싸게(무려 7만원!) 구입한 새로운 집필 책상도 배달 되어 오고... 속속 역전의 용사들이 모이고 있었습니다. 이번 집필실은 제가 올 초 읽은 <걸작의 공간>이라는 책을 보고 인테리어를 구상했습니다. 19세기에서 20세기 초에 이르는 미국 작가들의 작업 공간을 소개해놓은 책이지요. 그 책에 보면 많은 작가들이 위 사진과 같은 책상을 썼더라구요. 특히, 에밀리 브론테의 책상과는 정말 많이 닮았어요. 그래서 나도 저런 책상에서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고 여러 레트로 가구점들을 돌아봤는데... 가격이 대부분 200만원대.... ㅎㅎㅎ 좌절하고 있던 찰나 우연히 들른 중고 가구점에서 저런 아이가... 신이 저에게 주신 선물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했습니다.
네... 이 사진은 대참사 1번 사진입니다. 책장 6개를 거실 중간에 다 늘어놓으니 지나다닐 틈이 개미 구멍만큼 남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옮겨 봤는데 사이즈가... 그래서 책장 하나를 버려야 하나 싶다가... 번뜩 떠오른 아이디어로 기사회생했습니다.
바로 두 개씩 나란히 라는 아이디어 였지요. ㅋ
우여곡절 끝에 언급한 것처럼 침실이 빠지고 집필실이 독립 공간으로 들어오며 위와 같은 배치가 되었습니다. 여기까지는 훈훈했으나...
이 씨디장이 들어서고...
이 옷걸이와 서랍장이 들어서고...
이 옷장이 들어선 뒤...
애물단지 냉장고까지 들락날락하다...
결정적으로 이 새 파랑소파가 입주하자... 순식간에 거실은 창고가 되어버렸답니다. 뭔가 서로 맞지 않는 가구들이 뒤죽박죽 자리를 차지하며 눈 둘 곳이 없는 상황이 되고, 책장이 햇볕을 다 가려버려서 거실이 어두컴컴한 것은 물론, 거실과 곧바로 연결된 주방은 암흑천지;
아기자기하긴 하지만... 대갑갑... 도저히 이건 파리지앵의 삶이 아니야! 라고 생각되어 대결단을 내렸습니다. 모든 배치를 다~ 바꾸기로;;;
추석에 한민족은 민족 대이동을 했지만... 저는 혼자 집에서 가구 대이동을 감행했습니다. 장장 7시간에 이르는 눈물 겨운 사투 끝에... - 아, 근데 생각해보니 추석에 옮긴 게 아니군요; -
샤라랑~ 아름다운 파리지앵 인테리어가 완성되었습니다!
갑자기 왜 이렇게 공간이 넓어졌냐고요? 바로 공간을 넓어 보이게 만들어주는 커튼의 마법과 아래 사진 덕분입니다.
따로 독립시켰던 집필실을 휴게 공간과 합쳐버리고 책장 반대편의 공간을 대폭 축소해 드레스룸겸 수납공간으로 용도변경을 한 거죠. 덕분에 지저분하고 복잡해보이는 것들은 시야에서 모두 사라져서 공간은 훨씬 더 넓어 보이게 되었답니다 : )
밤과 새벽이 특히 아름다운 거실이 되었네요 : ) 그럼, 여기서 오늘 거실 인테리어는 끝~ 다음 편은 욕실 인테리어입니다.
2013. 10. 9. 멀고느린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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