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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진보와 진화 8
압 : 오 프리덤. 정치적 진보주의자들은 항상 정치사회적 현실을 극복하려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좀 더 나은 사회, 좀 더 자유가 확대된 사회, 좀 더 인간의 기본권이 존중되는 사회를 향해 발전해왔습니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는 그 기본권 존중의 대상이 인간을 넘어서 삼라만상에까지 그 범주가 넓혀져 가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런 세상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허나 자라면서 저는 한 가지 큰 의문을 품게 되었습니다. 가령 이런 것입니다. 만약 날이 덥다면 우리는 옷을 벗으면 됩니다. 그리고 날이 춥다면 옷을 입으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문명이라는 것은 그런 식으로 발전해오지 않았습니다. 날이 더우면 인간은 주변의 기온 자체를 낮추어버립니다. 날이 추우면 물론 그 반대로 합니다. 나에게 필요없는 것이 있으면 그것을 필요로 하는 상대에게 주면 됩니다. 하지만 인간은 나에게 필요가 없더라도 상대가 필요로 하는 것이면 귀중한 것이니 내가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방식의 문명을 건설했습니다. 또 인간은 내가 하고 싶지 않을 일이라고 하더라도 많은 인간들이 훌륭하다고 여기는 일이라면 반드시 그 일을 해야만 한다는 압력을 우리 각자의 마음에 행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통해서 제가 깨달은 바는 어째서 인간은 자기 자신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는가 하는 점입니다. 어째서 내가 아닌 나를 둘러싼 환경을 바꾸려 하고, 끊임없이 환경으로부터 다시 구속 받는가 하는 것입니다. 오히려 환경이 아닌 내가 바뀌면 가장 간단한 해결책이 됩니다. 우리 개개인이 자기 자신을 바꾸기 시작하면 그제서야 진정으로 환경이 변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환경을 바꾸어 개개의 인간을 바꾼다는 발상은 결국, 기존의 인간이 가졌던 삶의 방식을 공고히 하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런 방식이라면 인간은 영원히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탓하고, 환경을 기준으로 하여 자기자신의 자유를 누르고 창조성과 자연성을 억압하는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이 원하는 온도에 따라 자기가 입은 옷의 두께나 양을 조절하면 될 것을, 주변 온도를 변화시켜서 맞추려고 하면 어떤 이는 너무 춥다고 하고, 또 어떤 이는 오히려 지나치게 덥다고 할 것입니다. 그럼 결국 양 극단 사이에서 어중간한 위치의 온도로 밖에는 맞출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런 상태는 잠시간은 지속되겠지만 결국 그 사회 속 구성원 모두가 환경에 대해 불만을 갖는 사태를 필연적으로 불러오게 됩니다. 아시겠습니까?
그러므로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인간은 자연 앞에서 겸허해져야 한다. 인간의 문명이란 것은 될 수 있는 한 자연 그대로의 결을 손상하지 않는 수준에서 구축되어야 하며, 그 속에서 개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형태를 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세상은 현실을 정치적 차원에서 극복하고 개조하는 방식으로 도래하지 않습니다. 오직 우리 개개인이 현실을 ‘초월’하는 방법으로만 가능합니다.
저는 그 ‘초월’의 한 표현으로 ‘양말 벗기 무브먼트'를 제안한 것입니다. 양말을 벗으면 한결 자유로워집니다. 양말을 벗으면 한 뼘 더 자연과 대지와 가까워집니다. 불필요한 인위와 문명의 옷을 벗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자연에 더 가까워지고, 진정한 자유를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자연 그대로에 가까운 사회는 우리에게 건강을 선물할 것입니다. 그것은 비단 몸의 문제뿐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자연스런 세계에서 진정으로 마음의 건강도 함께 얻게 될 것입니다. 인간이 자연에 가까워지면 우리가 정치적으로 자유를 애써 부르짖지 않아도 우리는 참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그 자연과 자유 위에 우리 인류가 오랜 세월 축적한 정치적 기본권과 휴머니즘, 인류 공통의 양심을 더하면 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꿈꾸는 세상입니다. 들을 귀가 있으면 들으시오. 오 프리덤.
나 : 네, 압둘 아자르 성하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정리하자면 ‘양말 벗기 무브먼트'가 지향하는 것은 현실의 극복이 아니라, 현실을 초월하는 것이다. 그것은 환경을 변화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이 변화해야만 가능하다. 그렇게 달성한 사회는 자연에 가깝고, 인간이 진정한 자유와 권리를 누리는 세상이 될 것이다. 이런 것 같은데 어떻게 제가 잘 정리했습니까?
최 : 마, 그렇다고 볼 수 있겠네요.
나 : 아, 저 죄송합니다. 저는 아자르 성하께 물어 본 겁니다.
최 : 아아. 머 어흠흠… 성하도 같은 생각이실 겁니다. 안 그렇습니까 성하?
압 : 오 프리덤.
최 : 거 보쇼.
나 : 네, 두 분 말씀 감사합니다. 이제 마칠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오늘 정말 열띤 토론을 해주셨는데요. 각자 한 말씀씩 듣고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간단하게 정리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먼저 고 대표님 부터, 아자르 성하, 최 박사님, 진 선생님 순으로 진행하겠습니다.
고 : 하, 솔직히 제가 여기서 뭘 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뭐가 바뀔 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마지막 한 번 더 호소할랍니다. 국민 여러분, 양말 좀 써주세요. 양말은 죄가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 노동자들도 아무 죄가 없습니다. 이상입니다.
압 : 오 프리덤.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저 또한 많은 걸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대들에게도 마찬가지였으면 좋겠습니다. 오 프리덤.
최 : 아. 머.. 음 대국민 여러분, 잘 들으셨겠지만 저희 ‘양말 벗기 무브먼트'는 우리 인류를 위하는 아주 진실된 운동입니다. 지금 이미 많은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만, 앞으로도 많은 사랑과 관심 부탁드리며, 우리 인류가 참으로 바람직하게 걸어가기 위해서는 이 길을 가야 한다, 마 그런 사명감을 저는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국민 여러분과 함께 호흡하며 함께 양말을 벗고, 자연, 자유가 함께 하는 세상을 만들어갈 것을 다짐 드리며 심심한 인사를 드리는 바입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했습니다. 오 프리덤.
진 : 네, 뭐. 본방사수하신 분들은 내용 다 들으셨을 테니 달리 더 할 말은 없고요. 우리 고 대표님 말씀 들으셨죠. 양말 거 그냥 신읍시다. 양말을 신냐 안 신느냐 이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아직 못다한 말이 많습니다. 제 스스로가 정리가 안 된 부분도 있었군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더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싶으신 분은 오늘 제 블로그 대화방 열어 놓을 테니 놀러 오십쇼. 네, 발언 끝입니다.
나 : 네 분 말씀 감사합니다. 네, 대한민국 국민, 그리고 이 방송을 관심있게 보고 계신 전세계 시청자 여러분. 어떻게 보셨습니까? 오늘 이 자리에서 저희는 ‘진보와 진화’라는 주제를 가지고 양 진영의 대표분들, 특히 세계적인 랍비이신 압둘 아자르 성하를 함께 모시고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아메리카 원주민인 마야 문명의 예언에 따르면 올해 2012년 12월 21일 세계는 종말을 맞이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미래는 바뀔 수 있다는 말도 들려옵니다. 인간의 운명이란 신이 작성한 하나의 가상 계획표에 지나지 않으며, 인간의 의지에 따라 그 계획은 얼마든지 수정될 수 있다는 것인데요. 개인의 운명이 아닌, 우리 인류 전체의 계획표를 수정하기 위해서는 아마도 우리 인류 전체의 의지가 어떠한 한 방향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인류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일까요? 모쪼록 오늘 이 대담이 여러분에게 그것에 대한 조그만 단초가 되었기를 바랍니다.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진보입니까, 진화입니까. 아니면 또 다른 무엇입니까? 우리에게 생각할 시간은 이제 11개월 정도가 남아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전혀 변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지금까지 시청해주신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오늘 대담회에 참석해주신 압둘 아자르 성하, 고난도 대표님, 최교종 박사님, 진정겸 선생님께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자, 이것으로 오늘 대담회는 아쉽지만 막을 내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2. 1. 12. 멀고느린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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