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등단에 대하여 이제 진지하게 모색해볼 때가 아닌가 싶다.
8년 전 즈음이었을 것이다. '최명희 문학상'이란 것에 응모하여 최종 심사까지 올랐다는 연락을 받았었다. 결론은 탈락이었다. 그때 올린 단편이 '쓰리포인트 슛'.
그 이후로는 별로 등단에 대한 노력을 하지 않았고, 공모전 같은 것에 글을 보내본 적도 없다.
(2006년에 사이버 문학광장 '문장'에 글을 올려 우연히 상을 받아본 적은 있다.)
엄밀한 의미로 따진다면 1999년 청소년문학상으로 내 이름이 타이틀에 찍힌 책을 출간하였으니 나름 등단의 자격을 부여할 수도 있겠지만, 대체로 그 정도의 수상은 별 효용이 없는 듯하다. 2001년 겨울에는 고려대학교에서 제정한 전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고대문화상' 소설 부문에 당선되었지만, 역시 별 효용은 없는 것 같다.
나 스스로는 써놓은 소설이 100편이 채 안되는 작가가 섣불리 등단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19살 정도에 천제적인 작가라는 찬사를 받으며 등단하는 것은 그 나름의 멋과 의미가 있겠지만 그 시기를 놓치고서야 스무살 초반이든 중후반이든 다를 게 없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100편 이상의 작품을 성실히 써내고 나만의 작품세계를 일정 수준 구축한 후에 등단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싶었다. 어쨌든 무라카미 하루키도 30대에 등단을 했으니까 라고 위안을 삼으며 착실히 작품 목록을 쌓아왔다.
14살 때부터 꾸준히 소설을 쓰기 시작했으니 벌써 소설을 써온 세월만 17년이 된다. 올해 염원하던 장편소설도 완성했으니 이제부터 조금씩 등단을 위해 원고를 보내어 보는 게 좋지 않은가 싶다.
올 초까지만 해도 등단은 반드시 '문학과지성사'라는 고집이 있었으나(* 황순원 선생님 전집이 나온 출판사라서) 그래 가지고는 등단하기까지 10년은 더 걸릴지도 모른다는 현실론이 요즘 마음 속에 올라오고 있어, 그외 성향에 맞는 출판사, 잡지, 신문 등에 투고를 해볼 생각이다.
이렇게 생각의 전환을 하게 된 데에는 사실 같이 글을 쓰고 있는 친구의 영향도 컸다. 대부분의 훌륭한 작가에게는 곁에 훌륭한 라이벌들이 있었다. 고등학생 시절에도 우리학교에는 백일장 대회에서 나와 수상을 앞다투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에게 지지 않기 위해서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그 친구는 전교 1, 2등을 할 정도로 공부에도 일가견이 있는 아이였는데, 나는 잘해야 전교 150등 정도였기에 글에서만은 절대 질 수 없다는 오기가 있었다.
모쪼록 글에 대한 타고난 감각이 있는 친구에게도 좋은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나 역시 금방 따라잡히고 싶지는 않다.
내년은 만으로 31세가 되는 해이다. 30줄의 1, 처음이라는 숫자에 걸맞게 새로운 삶이 내 앞에 펼쳐지길 기대해본다.
2011. 12. 12. 멀고느린구름. 각오를 다지자는 뜻을 담아.
'산문 >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정한 사람이 된다는 일의 어려움 (5) | 2011.12.23 |
---|---|
머리카락 자란 기념 셀카^^; (1) | 2011.12.17 |
장한나의 첼로 소리를 듣는 백수 (0) | 2011.12.08 |
동해안 배낭 여행 (0) | 2011.12.04 |
자본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나는 왜 명상가가 되려 하나 (0) | 2011.11.16 |
Comments
최근에 올라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