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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에세이

호우시절

멀고느린구름 2011. 7. 27. 06:45

나의 20대 시절,
나는 항상 내 의견을 존중해주고,
내가 가진 작은 능력을
높게 평가해주는 관계망에 속해 있었다.
특히 연애에 있어서 그랬다.
덕분에 나는 때로 지나치게 오만한 행동들을 하고 자만감에 빠졌다.
연애에 대해서도
글에 대해서도.

내가 지금 속해 있는 곳에서는 누구도 내 능력을 높게 평가해주지 않고,
내 의견은 전혀 존중 받지 못한다.
글에 대해서도 초보수준의 지적을 받는다.  

처음 나는 내가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한다고 불쾌해 했고,
고통에 휩싸였다.

그러나 이 기간이 끝날 즈음에야....
인생이 내게 정말 해주고자 했던 말이 무엇인지 알겠다.
더 사랑 받고자 안달하지 말라.
그 시간에 네가 더 사랑하려고 노력하라.
인정 받으려고 발버둥 치지 말라.
되려 자신이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들을 보라

체로키 부족은 인생을 길을 걷는 것에 비유하곤 한다.
그리고 우리가 해야할 일은 그 길 위에 놓인 돌멩이들을 주워
거기에 담긴 지혜를 깨달아가는 것이라고 한다.
아무리 고통스러운 길이라도...
우리가 주워들어야 할 돌멩이는 반드시 있다.
   

까닭없는 외로움과 마음의 허기를 채우기 위해
오직 사랑받기 위해 연애에 매달렸던 나의 20대
사랑은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그때의 나...  

앞으로는
오직 사랑하기 위해서만 당신을 만나겠다
기꺼이 당신을 위해 희생하려는 마음만으로 사랑하겠다.  

당신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신도 나도 참 다행이다
호우시절이다. 



2011. 7. 27. 멀고느린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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