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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에세이

차가운 밤하늘의 별들

멀고느린구름 2019. 11. 26. 00:02

어릴 적부터 별을 사랑했지만, 구름정원에 이사 온 후 특히 더 별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다. 간단히 문을 밀고 마당으로 나가 캄캄한 허공 사이를 올려다보면 거기에 별들이 빛나고 있는 덕분이다. 별자리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지만 - 매번 책을 읽어도 금방 까먹고 만다 - 북두칠성의 생김새만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어째서인지 구름정원의 마당에서는 북두칠성이 선명히 잘 보인다. 요즘은 내가 기르는 병아리라도 되는 듯이 거의 매일 밤 자기 전에 까막까막 흔들리는 여린 별빛들을 살피고 잠이 든다.

 

주말 동안 지구에 내려왔던 하나의 별이 또 그만 일찍 고향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마음이 무겁다. 허망한 죽음 하나가 더해질 때마다 지구의 중력도 점점 커지는 듯하다. 윤회가 꼭 있었으면 좋겠다. 쓸쓸하고, 아프게 떠나간 모든 이들이 언젠가 다시 돌아와 눈부시고 따스한 생을 살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들이 다시 돌아올 세상을 위해, 부끄러운 목숨을 이끌고 내게 주어진 참회와 책임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밤공기는 차갑고 서글펐지만, 달빛이 스민 하늘 속의 별들은 오늘따라 유난히 아름다웠다. 당신도 나도 모두 다음의 장면을 살아가기를. 내일의 별과 그 다음에 올 계절을 맞이하기를 기원한다. 무거운 한 주를 보낼 우리들에게 작은 미소가 함께 하기를.

 

 

 2019. 11. 25. 멀고느린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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