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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에세이

그리하여 11월, 어디선가 누군가가

멀고느린구름 2019. 11. 5. 00:01

그리하여 11월이 되었다. 앞의 이야기들은 많이 생략되었다. 5월 이후의 시간에 실체가 있었는가 싶을 정도로 지난 6개월 속 계절들이 투명한 유령처럼 느껴진다.

 

내가 알던, 지지와 응원을 보내던 사람들이 벌써 네 사람이나 먼저 세상을 떠났다. 공허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어서 무작정 글을 쓰며 시간을 견뎠다. 덕분에 조금은 나아진 듯하다. 삶의 의미를 찾아보고자 쓰기 시작한 소설 <우주의 의미>는 어느새 그냥 자기의 이야기를 시작해버렸고, 친구의 조언으로 시작한 회고록은 소소한 관심을 받으며 24년의 긴 인생을 항해 중이다. 내년에 도서관이 없어지는 게 아닐까 불안했었는데, 다행히 일단 내년은 아닌 것 같아 안심이다. 사랑이 없다는 것만 제외하면 나쁘지 않은 삶의 시절이다. 하지만 사랑을 제외하고 나니 아무 것도 그다지 진심으로 기쁘지가 않다. 

 

도대체 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생각이 그치지 않는 와중에도, 으쌰 힘을 내어 지난 주말에는 애정하는 독립서점에 다녀왔다. 내 첫 독립출판작 <오리의 여행 1>이 입고되어 있는 서점이다. 출간한 지 이미 2년이 되어 가고 있어서 사실, 어디 구석에 처박혀 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일이다. 다른 책을 사러 간 거였지만, 아이가 잘 있나 하고 서가들을 살폈는데... 지나치게 잘 보이는 곳에 꽉꽉이가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아... 어디선가 누군가는 조용히 나를 응원해주고 있다. 

 

마침 발표된 아이유 씨의 신곡을 들으며 돌아오는 길 내내 고마운 마음을 되새겼다. 지나온 세월 속에서 내게 자신의 꿈을 의탁한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한다. 그들 또한 가끔은 어디선가 나를 위해 기도하고 있지 않을까. 덕분에 내가 무너지고 무너지면서도 결국은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것이리라. 

 

겸허하게 주어진 길을, 내가 선택한 길을 꿋꿋이 나아가야지. 아무튼 별책부록 사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2019. 11. 5. 멀고느린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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