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맛 커피 가게에서 일하는 것을 그만둔 지도 벌써 10년이다. 20대 초반의 두 해를 안암동의 보헤미안이라는 커피하우스에서 보냈다. 보헤미안은 유서 깊은 핸드드립 커피 전문점이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더 이상 커피 내리는 일을 하고 싶지 않아져서 보헤미안에서 나오던 날 점장님은 내게 어디 가서 커피에 관해 아는 척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었고 나는 약조했다. 물론, 철없던 20대였던 나는 그 약조를 참 많이도 깨고 말아왔다. 유서 깊은 커피 명가에서 일을 했다는 사실은 내게 자부심으로 남아 지금 이 글에서도 이렇게 은연 중에 으스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또 마음 한 켠에는 계속 그 약조를 지켜야 한다는 신념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으니 참 모순이다. 보헤미안을 나온 이후에는 다른 가게에서 ..
2010. 5/18. 아이폰. 글을 쓰는 시간은 좋다. 창밖에는 비가 오고 홀로 방 안에 앉아 잔잔한 음악을 켜 놓으면 '자 글쓸 시간이다'라는 기분이 든다. 글을 쓰기 전 커피를 내려 마시며 경건히 마음을 다스리고 펜을 든다. 나는 펜 중에서 샤프를 가장 좋아한다. 자연의 느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연필처럼 단명하지 않는다. 오래오래 함께 파트너가 될 수 있어 좋다. 보통 단편은 샤프를 사용하여 직접 노트에 쓴 후 워드로 옮긴다. 장편도 그렇게 하고 싶지만 나중에 워드로 수 백 페이지 글을 옳긴다고 생각하면 아찔해져서 포기하고 처음부터 착실하게 워드로 작업한다. 한 편의 글을 완성하고 나면 행복해진다. 오늘도 내 몫의 삶을 살아냈구나 하는 생각. 글을 쓰는 상 위로 비쳐든 스탠드의 불빛이 예뻐서 찍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