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은 붉은 노을과 푸른 뱃고동 사이 고향에 대해 생각하면 두 가지 풍경을 떠올리게 된다. 하나는 새벽녘의 먼 바다에서 들려오던 뱃고동 소리. 다른 하나는 붉게 물든 공터의 노을 속에 흩어지던 아이들의 웃음 소리다. 앞의 것은 부산 감천동의 풍경이고, 뒤의 것은 서울 마천동의 풍경이다. 유년시절의 나는 부산과 서울을 두 축으로 여섯 번이 넘는 전학을 경험했었다. 부산과 서울, 두 풍경 중에 나를 더 유년의 시간으로 끌어당기는 것은 뒤의 풍경이지만, 더 애잔한 마음에 젖게 만드는 것은 앞의 풍경이다. 그래서 때에 따라 내 고향은 부산이 되기도 하고, 서울이 되기도 한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 은 전북 부안의 변산반도를 고향으로 둔 두 청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고향을 마음 속에서 지우고 서울에서 성공한..
젊은 날의 초상저자이문열 지음출판사민음사 | 2005-11-25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오늘의 작가총서 12 「젊은 날의 초상」. 오늘의 작가총서 시리...글쓴이 평점 청춘의 쓸모 청춘은 도무지 쓸모가 없다. 국어사전 검색창에 '쓸모'라고 입력하면 '쓸 만한 가치', '쓰이게 될 분야나 부문'이라는 뜻풀이가 나온다. 청춘은 아직 그 사람의 가치가 온전히 정해지지 않은 시기이기에 쓸모가 없다. 특히 오늘날의 청춘은 쓰이게 될 분야나 부문이 뚜렷하지 않거나 있으나 마나한 자리가 대부분이어서 쓸모가 없다. 이래저래 청춘은 참 쓸모가 없어져버렸다. 청춘의 쓸모가 분명하던 시절도 있었다. 가령, 일제에 항거하여 독립 운동을 전개하거나, 독재에 맞서 민주주의의 투사가 되었어야 할 시절, 노동 탄압에 항거하여 정부를 향..
전람회와 토이가 만나다니 어제 아침 토이의 7집 노래가 공개되었기에 들어봤다. 사실, 제목에서 암시하는 것처럼 김동률과 유희열의 만남이 가장 기대되는 대목이어서 '너의 바다에 머무네'를 가장 먼저 들어보려고 했다. 그런데 검색창에 토이라고 치자마자 곧바로 성시경이 부른 '세 사람'의 뮤직비디오가 시작되어 버렸기에 아무렴 어떨까 싶어 자리를 잡고 음악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뮤직비디오의 내용은 지나간 청춘시절의 삼각관계에 관한 이야기였다. 애초에 제목만 보고도 그 내용을 짐작했기 때문에, 그럼 그렇지 라는 심정으로 조금 시큰둥하게 화면을 바라봤다. 그런데 왜일까. 나는 어느새 울고 있었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예식장에 들어서는 클라이막스 장면에서는 가슴 속에서 울컥울컥 솟아오르는 무언가를 막을 길..
지금 시각은 11:00 때는 2012년 12월 31일이다. 나는 동해 바다로 해를 보러 떠나는 대신 두 편의 글을 기획하고 있다. 하나는 ‘세상’에 대한 글이고 하나는 ‘나’에 대한 글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 두 편의 글은 서로 연관을 맺을 지도 모르겠다. 먼저 쓰는 쪽은 ‘세상’에 대한 글이다. 마야 족의 예언에 따라 세상이 아직 멸망하지 않은 것에 대한 감사의 차원에서 먼저 쓰는 것이라고 해두자. 물론 사실은 아니다. 웰빙, 힐링, 그리고 우리가 탐닉하고자 하는 것 우주가 갑자기 인플레이션으로 확장되고 빅뱅을 일으켜 지금 크기의 우주가 된지 137.5억년 가량이 되었고, 유럽에서는 한류 가수 중 ‘빅뱅’의 선호도가 가장 높다고 한다. 진화론에 의하면 세상은 어쩌다보니 만들어졌고, 창조론에 의하면 신의..
까페 스타벅스 종로 거리를 쏘다니다 지쳐서 까페 스타벅스에 들 때면 워렌버핏과 제비 다방 그리고 죽어버린 루이 암스트롱에 대해 생각한다 그저 발음이 같다는 이유로 달을 떠올릴 때면 닐이 아닌 루이 암스트롱의 목소리를 그의 목소리가 달의 바다 어디쯤인가를 부유하고 있으리라 상상한다 재즈가 흐르는 별의 저편에서는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차들이 교차하고 그처럼 청춘의 말들은 서로 어긋나기만 했다 자본의 심장 위에 앉아 유통기한이 끝나버린 붉은 혁명과 에르네스트 체 게바라의 눈동자를, 커피에 담긴 적도의 신산한 삶을 자조한다 문학이 죽기를 바라지 않는 자들만이 문학의 죽음을 외친다 아직 쓰여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재즈가 흐른다 순간은 순간으로 끝이 날 것이다 크레이터와 루나 마레를 나누면 그것은 더 이상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