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고향은 붉은 노을과 푸른 뱃고동 사이 고향에 대해 생각하면 두 가지 풍경을 떠올리게 된다. 하나는 새벽녘의 먼 바다에서 들려오던 뱃고동 소리. 다른 하나는 붉게 물든 공터의 노을 속에 흩어지던 아이들의 웃음 소리다. 앞의 것은 부산 감천동의 풍경이고, 뒤의 것은 서울 마천동의 풍경이다. 유년시절의 나는 부산과 서울을 두 축으로 여섯 번이 넘는 전학을 경험했었다. 부산과 서울, 두 풍경 중에 나를 더 유년의 시간으로 끌어당기는 것은 뒤의 풍경이지만, 더 애잔한 마음에 젖게 만드는 것은 앞의 풍경이다. 그래서 때에 따라 내 고향은 부산이 되기도 하고, 서울이 되기도 한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 은 전북 부안의 변산반도를 고향으로 둔 두 청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고향을 마음 속에서 지우고 서울에서 성공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이 산다는 일 어떤 말로 글을 시작하는 것이 가장 부끄럽지 않을까. 오직 그것만을 생각했다. 내가 글을 쓰는 뷰러 형태의 책상 선반에는 윤동주 시인의 가 언제나 놓여 있었다. 파란색 바탕에 흰 글씨로 제목이 쓰인 정음사 1968년 초판본이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는 나는 종종 글을 시작하기 전, 또는 마치고 나서 손을 뻗어 시인의 시집을 아무렇게나 펼쳐 본다. 그러면 매번 다른 시가 내 앞에 펼쳐진다. 오늘의 시는 '창窓'이다. 쉬는 時間마다나는 窓녘으로 갑니다. 시는 이렇게 시작되고 있다. 나 역시 학생시절 쉬는 시간마다 창녘으로 가던 소년이었다. 중학생 시절부터 나는 윤동주를 몹시도 사랑하였다. '별 헤는 밤'은 어머니와 함께 살지 못했던 나의 애송시였다. 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