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설원의 지평선을 바라보는 일에 대하여 오래전 나는 혼자 대관령의 설원 속을 거닌 적이 있다. 아무도 사랑하고 있지 않을 무렵이었다. 적어도 내게 사랑은 연애심리학 책에서 말하는 것들과는 달랐다. 인내하고 배려하는 선의 속에서 싹트는 것도 아니며, 비슷한 관심사를 가지고 재밌는 말을 주고 받는다고 해서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사랑은 어디에 있을까. 어느 순간부터 내 마음에는 시나브로 눈이 쌓여가고 있었다. 모든 것을 차갑고 하얗게 덮는 눈. 눈 덮인 마음을 품고 설원 앞에 섰을 때, 나는 가슴이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왜 그랬을까. 그때의 나는 잘 몰랐다. 아무 것도 모르겠어서 그저 설원 속에 자박자박 발자국만 새기며 백지 속을 휘 돌아보고 나왔다. 내 마음의 눈 위에도 ..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2011)Come Rain, Come Shine 5.2감독이윤기출연임수정, 현빈, 김지수, 김중기, 김혜옥정보로맨스/멜로 | 한국 | 105 분 | 2011-03-03 글쓴이 평점 "괜찮아." 라는 말은 때론 다정하고 때론 무심하게 들린다. 하지만 이러니 저러니 해도 근원적으로는 긍정적 힘을 지닌 말임에는 틀림없다. 괜찮아를 반복하는 남자와 그 말이 듣기 싫어진 여자가 있다. 하지만 그 여자가 기댈 수 있는 마지막 말도 결국은 "괜찮아."였다. 나는 "됐어."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 남자였다. 처음에는 상대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한 번 두 번 "됐어. 내가 할게. 됐어. 괜찮아. 됐어. 그만 해도 돼." 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은 점점 상대에 대한 무시의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