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외로움을 없애려고 갖은 수행을 해오신 어르신께서 외로운 목소리로 나에게 물었다. 외로움을 어찌하냐고. 나는 무심히 말했다. 명상을 1시간이고 1년이고 해도 외로움이란 건 없어지지 않더라고. 단지 할 수 있는 것은... 외로움을 고통으로 여기지 않는 것 뿐이라고. 외로움과 오랜 부부처럼 손잡는 것 뿐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고통이란 무엇일까 고통이란 피가 돌고 달이 뜨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것일까 외로움이란 고통일까 분노란 고통일까 슬픔이란 고통일까 그렇다면 어찌하여 애정이란 고통이 아닐까 용서란 고통이 아닐까 기쁨이란 고통이 아닐까 외로움이 고통인 것은 그것이 애정이 아닌 까닭이고 분노가 고통인 것은 그것이 용서가 아닌 까닭이며 슬픔이 고통인 것은 그것이 기쁨이 아닌 까닭이다. 그러나 외로움도 분노도 ..
- 여자친구의 여자친구 - 내일은 개학일이다. 얼마전까지 머리 위에서 끝없이 빗방울을 떨구던 구름들이 이제는 아득히 멀리서 떠다니고 있다. 카페오레를 절반쯤 마시고 보니 컵의 벽면을 따라 지저분한 자국이 남는다. 여자친구가 오기로 한 시간이 34분 지나있다. 아니, 아직 28분이다. 커다란 유리창 밖에서 가게들의 불이 켜진다. 더러는 이미 켜져 있거나 혹은 오히려 꺼지고 있다. 무심하거나 유심히 그 모습을 바라본다. 휴대폰 불이 켜진다. 진동 모드 혹은 매너 모드일 것이다. 혹은 둘 다일지도 모른다. ‘미안, 조금 늦었네. 지금 모퉁이야. 신호등만 바뀌면 바로 갈게.’ 모퉁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아니 조금은 신경 쓰인다. 비틀즈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떠오른다. 비틀즈의 마지막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