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여자와 넋이 나간 남자를 싣고 오리배는 호수의 중심부를 지나 바람을 따라 지류를 향해 떠가고 있다. 그녀의 눈물이 멈춘다. 정신이 돌아온다. 오리배는 알 수 없는 하류로 자신들을 실어가고 있다. 여기가 어디야?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그남의 정신도 그제야 돌아온다. 그... 글쎄. 어디지. 그녀는 다시 울고 싶은 기분이 든다. 아무튼 물결에 떠내려온 거니까. 반대쪽으로 거슬러 올라가기만 하면 원래 장소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녀는 이전부터 그남이 지나치게 똑똑한 채 하는 것이 거슬렸었다. 하지만 오늘만은 아니다. 그녀는 더듬더듬 어둠 속에서 오리배의 패달을 찾아 밟는다. 그남도 아무 말 없이 패달을 밟는다. 우선, 방향을 돌려야 하지 않을까. 오리배는 전속력을 다해 하류로 떠내려가고 있었던 것이..
수성못에는 떨어진 별빛 같은 조명들이 촘촘하게 켜져 있다. 그녀가 수성못에 내린 까닭은 그남을 통해 오래전에 죽은 그녀의 두 번째 남자를 떠올렸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두 번째 남자는 대구에서 태어나 강원도 양구에서 생을 마감했다. 군에서는 총기 오발 사고라고 했다. 부대에 배치 받은 지 얼마 안 되어 첫 야간 GOP 근무를 서던 중 전방에서 들린 동물의 기척을 듣고 깜짝 놀라 자신을 향해 총을 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날, 근무에 투입되기 전 두번 째 남자는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초병 임무쯤은 식은 죽 먹기니까 걱정 말라고 했었다. 그녀가 세 번째 남자를 만날 수 있게 되기까지는 6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6년 뒤 거짓말처럼 그녀는 두 번째 남자와 관련된 모든 일들을 지워버렸고, 당연히 그남에 대해서도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