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여자와 넋이 나간 남자를 싣고 오리배는 호수의 중심부를 지나 바람을 따라 지류를 향해 떠가고 있다. 그녀의 눈물이 멈춘다. 정신이 돌아온다. 오리배는 알 수 없는 하류로 자신들을 실어가고 있다. 여기가 어디야?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그남의 정신도 그제야 돌아온다. 그... 글쎄. 어디지. 그녀는 다시 울고 싶은 기분이 든다. 아무튼 물결에 떠내려온 거니까. 반대쪽으로 거슬러 올라가기만 하면 원래 장소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녀는 이전부터 그남이 지나치게 똑똑한 채 하는 것이 거슬렸었다. 하지만 오늘만은 아니다. 그녀는 더듬더듬 어둠 속에서 오리배의 패달을 찾아 밟는다. 그남도 아무 말 없이 패달을 밟는다. 우선, 방향을 돌려야 하지 않을까. 오리배는 전속력을 다해 하류로 떠내려가고 있었던 것이..
새 - 오정희 지음/문학과지성사 새장 속에서 윤회하는 우리들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소박하면서도 힘이 있는 새의 그림에 반했다. 새를 갑갑하게 둘러싸고 있는 주변의 네모 칸들이라든지, 붉은 색으로 촌스럽게 새겨져 있는 제목은 조금 시간이 지난 뒤에야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을 정도였다. "새." 라고 제목을 발음하며 시집 크기의 이 소설책을 집어 들었을 때, 나는 꼭 작고 흰 새를 들어 올린 듯한 느낌이었다. 표지의 그림은 돌아서려는 나의 몸을 자꾸만 잡아 당겼다. 나중에 그 그림이 그 유명한 피카소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고서 나는 고개를 크게 끄덕거렸다. 종종 책의 내용보다 표지가 마음을 끄는 경우가 있다. 그 경우 표지의 아름다움을 글이 뛰어넘지 못하면 실망이 배가 되곤 했다. 비록 유명하지 않은 소묘작품이..
새 작사/곡 멀고느린구름 구름 사이로 파란 새를 보았네 노을 진 하늘 색칠하듯 날으네 어디로 가는 걸까 어디에서 왔을까 하늘을 나는 저 새는 어디로 가는 걸까 어디에서 왔을까 모르지… 나 길을 걷고 걸어도 어디로 가는 걸까 어디에서 왔을까 모르듯 구름 사이로 붉은 새를 보았네 떠나간 너의 그림자를 닮았네 어디로 가는 걸까 어디에서 왔을까 하늘을 나는 저 새는 어디로 가는 걸까 어디에서 왔을까 모르지 바람에 실린 기억이 어디로 가는 걸까 어디에서 왔을까 모르듯 구름 사이로 파란 새를 보았네 구름 사이로 붉은 새도 보았네 이제는 나의 이야기를 지우네 지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