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가 아닌 지금
‘그때가 아닌 지금…’ 이라고 생각되는 때가 있다. 가령 2년 전 헤어진 연인과 자주 드나들던 바에서 그 당시 들었던 음악을 다시 듣게 된 지금과 같은 때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 그날도 오늘과 같이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의 연주였다. “전생이 있다면 난 분명 러시아인이었을 거야.”라고 나는 무심코 내뱉었다. 나는 J와 12월의 마지막날, 흡사 모스크바의 거리와도 같았던 눈덮인 세종로를 거닌 후 보신각의 종소리를 듣고 홍대의 단골 바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있었다. “어째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을 듣고 있으면 내 몸 속의 어떤 피가, 아마 그건 투명한 하얀색일 거야. 아무튼 그 피가 보드카를 원하거든. 바로 지금처럼.” “하하. 뭐야. 단순히 알콜중독자의 변명 아냐.” “진심이야...
소설/짧은 소설 2011. 2. 10.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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