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참가자들에게 '말하듯이 불러라'라고 조언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언뜻 아, 그렇구나 싶지만 또 한편으로는 참 애매모호한 말이다. 헌데 여기 그 정답이 있다. 양희은이다. 양희은 씨는 말하듯이 부르는 노래란 무엇인지 이 음반을 통해 그 진수를 보여준다. 한참 음악에 취미를 갖고 즐겨듣던 중고교시절 내게 '양희은'이라는 이름을 각인 시킨 것은 아이엠에프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캠페인송이었다. 그렇다. 바로 그 '상록수'다. 깨치고 일어나 끝내 이기리라~ 고 호소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높은 파도 소리처럼 들렸다. '아침이슬', '거치른 들판에 푸르른 솔잎처럼(상록수 원제)' 등 시대의 아픔을 대변하는 노래를 부른 양희은을, 당시 나는 성악가 같은 성량으로 대곡을 위주로 부르는 지..
그리운 친구에게 오늘 내 집 주소를 모른다던 너에게서 편지가 왔다 내 마음의 주소로 편지가 왔다 지금도 여긴 앞의 길은 멀고 등이 푸른 젊음은 슬렁슬렁 가고 있고 너는 그 멀고 그리운 길가에 서서 전화를 걸려다 동전을 갈마쥐어보며 앞 뒤 모두 푸른 등이라고 피식 울지도 몰라 예전에 달넘이 무렵이면 아무 일도 없는 스무 살 하루하루에 지쳐 진전 없는 서로의 풋사랑 얘기에 취해 노래를 부르고 까닭 없이 기쁜 걸음으로 돌아오던 기숙사 그 벤치에 늘어진 젊음처럼 누워 무성히 자란 나무의 까아만 이파리들과 우리네 시간보다 빛나던 별들을 올려다보았지 그러면 잊고 있던 꿈들이 가슴 속에 반딧불이 마냥 아롱아롱 켜졌더랬는데 새 학기가 다 가도 아직 시작되지 않은 것만 같던 푸른 봄 집 떠나와 주소도 잃고 돌아갈 곳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