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좋은 소식 가지고 왔습니다.” 반사적으로 문을 닫아버렸다. 이건 또 뭔가. “형제님, 잠깐만 시간 내주십쇼. 좋은 말씀 한 번 들어보세요.” 저는 아저씨 같은 형을 둔 적이 없습니다 라고 말하는 대신 음악을 켰다. 스피커의 볼륨 다이얼을 신경질적으로 돌렸다. 택스맨~ 이라고 외치는 목소리는 존의 것인지 폴의 것인지 잘 모르겠다. “너희는 새겨들어라. 너희가 되어서 주는 만큼 되어서 받고 거기에 더 보태어 받을 것이다. 정녕 가진 자는 더 받고 가진 것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끈질긴 형제였다. 폴인지 존인지가 다시 한 번 더 외쳤다. 택스맨~ 복음은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이런 일까지 겪고 나니 더욱 열이 올랐다. 최근 통화목록에서 가스보일러 설치..
비틀즈, 기억하고 있습니까 나는 신경질이 나 있었다. 분명히 11시까지 오기로 한 가스보일러 설치기사가 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별히 11시 이후에 약속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주말에 외출해서 사람을 만났던 것이 재작년 겨울인가 그랬다. 아무려나 내가 유일하게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게끔 허락된 시간을 한낱 가스보일러 설치기사가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다는 점이 괘씸했다. 어차피 한 번 보고 말 사람, 만나게 되면 한껏 모욕을 해주리라 다짐했다. 오기로 한 11시에서 벌써 34분이나 지났다. 전화 한 통 조차 없었다. 아마도 4,50대의 곤색 점퍼차림에 머리는 군대 상사를 연상케하는 부스스한 곱슬머리일 것으로 예상되는 중년의 남자에게 어떻게 하면 모욕을 선사할 수 있을까. “이 업체는 정말 훌륭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