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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論

인디언 교육 - 1. 존중을 가르치는 법

멀고느린구름 2014. 10. 16. 09:37

인디언 교육

- 멀고느린구름 



들어가기 전에


오늘부터 ‘인디언 교육’ 시리즈를 1~2주 마다 한 편씩 연재를 해볼까 합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글이나 연설 등을 통해 드러나는 그들의 교육사상을 우리의 상황에 맞게 재해석하고, 그 의미를 탐구해보는 형식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인디언’이라는 지칭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미 꽤 알려졌듯이 ‘인디언’이라는 명칭은 콜롬부스가 미국 대륙에 닿았을 때, 그곳의 원주민들을 인도 사람으로 착각한 것에서 유래된 것이고,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그 명칭을 자신들을 대표하는 명칭으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인디언’이라는 명칭이 ‘인도인’과는 분명히 구별되는 북미 원주민을 지칭하는 대명사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보다 많은 이들에게 읽히길 바라는 마음에서 ‘인디언 교육’이라고 연재명을 정하게 되었습니다. 




오논다가 부족 시인 조셉 브루차크


1. 존중을 가르치는 법 



그들 또한 가야 할 곳이 있다

조셉 브루차크 



노인은
우리의 차를 멈추게 했다
헤드라이트에 눈이 먼 조그만 두꺼비들이
빗속에서 사방으로 날뛰는 가운데
그는 열심히 두꺼비들을 손에 주워 담고 있었다

비는 억수처럼 퍼부었고
그의 흰 머리카락에는 김이 서려 있었다
그들을 모두 구할 수는 없다고
그것을 받아들이라고, 물러가라고
우리는 가야할 곳이 있다고
나는 말했다

그러나 그의 가죽 같은 손바닥에
갈색의 젖은 생명들을 가득 들고 있는
그 노인은 여름 길의 풀밭에 
무릎 꿇은 채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들 또한 가야 할 곳이 있다고



이 시를 쓴 조셉 브루차크는 아메리카 원주민 중 체로키, 다코타 수 부족과 함께 대표적인 원주민 부족으로 꼽히는 이로쿼이 연맹에 속하는 원주민이다. 그의 부족은 오논다가라고 하는 부족으로 ‘늑대’를 부족의 상징으로 여기고 있다. 이로쿼이 연맹은 6개의 부족 연합체로 미국의 연방 시스템과 헌법은 이로쿼이 연맹의 것을 상당 부분 참고했다는 설이 있다. 이로쿼이 헌법은 남녀노소 지위 고하, 심지어 인간과 동식물을 막론하고 모든 생명의 평등을 주창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고 동등한 권리를  지닌다는 미국의 헌법은 이로쿼이 헌법에서 동식물과의 관계 부분을 축소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로쿼이 연맹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자연과의 관계에서 조화와 상생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그들의 생명존중 사상은 단순히 환경을 보존한다거나 생태계를 지킨다는 차원의 것이 아니다. 그들은 인간에 대한 존중을 다만 모든 생명체에게로 확대한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동식물에 대한 존중을 인간에게로 확대한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들 또한 가야할 곳이 있다’ 에서 원주민 노인은 지나가는 차를 멈추게 하고 도로의 두꺼비들을 대피시키는 일을 한다. 명백한 도로 교통법 위반이다. 노인의 불법 행위는 응당 처벌을 받아야 마땅한 것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에서 내린 화자는 노인을 윽박 지르는 대신 설득하고 있다. 그 두꺼비를 모두 살리는 것은 무리라고, 우리는 가야할 곳이 있고 바쁘니 두꺼비보다는 우리가 더 귀중하니까 작은 희생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그에 대고 노인은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 또한 가야할 곳이 있다. 


이 시는 생명에 대한 가치를 일깨워주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에 대한 은유를 담고 있기도 하다. 우리 사회는 늘 위기가 있다. 경제적 위기를 겪을 수도 있고, 외교적으로 난관에 처할 수도 있다. 그런 위기를 겪을 때마다 운전대를 잡은 지도자들은 늘 우리는 바삐 가야할 곳이 있으니, 모두를 챙기며 갈 수는 없다고 불가피한 희생은 어쩔 수 없다고 말하곤 하는 것이다. 물론, 정말로 그런 상황이 있을 지도 모른다. 다만, 그러한 때라고 해도 이 시의 화자처럼 차에서 내려 희생될지도 모를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잠시 멈춰 상대를 설득하고 이해를 구할 마음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차를 세우지도 않고 그대로 몰고 가버리는 운전자가 되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존중’의 마음은 나와 상대가 평등하다는 생각에서부터 발현된다. 더 나아가 나와 상대가 언제라도 동일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나온다. 나와 상대가 평등한 존재라는 생각을 떠올리는 정도는 어린 아이여도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나와 상대가 언젠가 비슷한 상황에 놓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상상은 경험이 부족한 아이들에게도 무리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존중과 배려는 어려운 과제다. 


전통적 아메리카 원주민은 이 문제를 이 시와 같은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줌으로써 해결한다. 전 세대가 경험한 이야기들, 그리고 그 속에서 깨달은 것들을 재미나게 들려줌으로써 아이들에게 부족한 경험의 폭을 넓혀주는 것이다. 아이들은 어른들로부터 들은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존중’의 마음을 획득해간다. 그리고 점차 그 마음은 인간의 범주를 넘어, 자연만물로 확장되어 가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우리들은 아이들을 훈계한다. 훈계 속에는 경험이 없다. 이야기가 빠진 훈계는 그저 명령일 뿐이고, 아이들에게는 흥미 없는 문장의 나열일 뿐이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교육 방식도 아메리카 원주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이들은 할머니의 무릎베게에서 인생의 의미를 배우곤 했던 것이다. 양반가의 자제들이 읽은 논어나 맹자는 그저 사상의 나열이 아니라, 그 속에 당대의 이야기와 일화가 담겨 있는 경험의 보고였다. 


과연, 지금 우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을까. 우리의 경험이 아이들에게로 이어지고 있을까. 혹 이어지고 있다면 우리들의 이야기는 수 백년이 지나도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법한 것일까. 우리는 부끄럽지 않은 이야기를, 경험을 아이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어른으로 살고 있는 것이려나. 많은 것들을 자문하게 된다. 



2014.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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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오논다가 족(Onondaga people)은 ‘언덕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의미이며, 이로쿼이 연맹을 구성하는 여섯 부족 중 하나이다. 그들의 원래 고향은 뉴욕 오논다가 카운티에 있다. 다른 이로쿼이 부족들에게는 ‘가나다그웨니오게’로 알려져 있으며, 이 이름은 뉴욕 시라쿠스 근처나 온타리오 근처의 여섯 국가에 있는 오논다가와 대화를 할 때 차이를 알게해 준다. 중앙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그들은 비유적인 롱하우스에서 ‘불의 수호자들’로 여겨졌다. 그들을 기준으로 카유가 족이나 세네카 족이 서쪽에 있고, 오네이다족과 모호크족은 동쪽에 영토를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이로쿼이 연맹은 역사적으로 이로쿼이 오논다가에 연맹의 정부 수도에서 회합을 가졌다. 또한 오늘 날의 전통을 고수하는 수장들도 마찬가지이다. 


* 이로쿼이 연맹(Iroquois Confederacy)은 다음의 다섯 오족 연합을 이루었던 북아메리카 뉴욕 북부의 오족 연합/아메리카 원주민의 그룹을 말한다.

  • 모호크족: Kanienkehaka 카니엔케하카 (부싯돌의 사람들)
  • 오네이다족: Onayotekaono 오나요테카오노 (세워진 돌의 사람들)
  • 오논다가족: Onundagaono 오눈다가오노 (언덕의 사람들)
  • 카유가족: Guyohkohnyo 구요코뇨 (큰 늪지의 사람들)
  • 세네카족: Onondowahgah 오논도와가 (언덕 위의 사람들)

6번째 그룹인 투스카로라족(Ska Ru ren, 대마를 채집하는 사람들)은 원래의 오족 연합이 구성된 뒤에 참가하였다. 이로쿼이, 이로쿼이족으로 자주 부르지만, 이 연합들은 자신들을 가리켜 하우데노사우니 (Haudenosaunee: 공동주택을 짓는 사람들)로 부른다. 투스카로라에서는 아쿠넨시엔니(Akunęhsyę̀niˀ), 모호크족은로티논시온니(Rotinonsionni)라고 부른다.

또한, 이로쿼이 연맹은 오족 연합(Five Nations), 육족 연합(Six Nations), 공동주택(Longhouse) 민족 등으로도 불린다.


출처 = 위키백과 


조셉 브루차크 홈페이지 바로 가기  

조셉 브루차크의 대표 시집 <오논다가에 들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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