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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소년 앤드류가 될 수는 없을까
오늘 불을 켜기 위해 전등 스위치를 건드렸다가 감전 됐다; 그냥 아얏! 정도가 아니라 전류가 손가락 끝에서 발끝까지 흘러서 몸 전체가 진동을 했다. 감전 된 순간 아... 난 이렇게 가는구나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난 살아남았다. 그것도 멀쩡하게. 아니 머리가 좀 멍해진 것 같기도 하다. 머리가 조금 나빠져버린 것일까?
문득 어렸을 때 무척 좋아했던 외화 한 편이 떠올랐다. <슈퍼소년 앤드류.> 앤드류는 우주에서 날아온 감마선을 맞고 초능력을 지니게 된 청소년이다. 스프레이를 뿌리며 하늘을 나는 오존층 파괴의 주범인 앤드류를 그때는 무척 동경했다. 혹시 나도 전기 감전으로 인해 초능력 같은 것을 얻은 게 아닐까 싶어서 껑충 뛰어보기도 하고 숟가락을 열심히 째려보기도 했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대실망.
사람이 죽을 뻔하다 살아나면 뭔가 대단한 변화가 온다던데... 죽음의 문턱에 이른 것이 너무나 찰나의 일이라 내게는 별다른 변화가 오지 않고 있다.(적어도 아직은. 혹시 펀치 드렁크나 교통사고 후유증처럼 내일이나 모레쯤 반응이 올지도 모르니까.) 죽음 앞에서도 그저그런 반응을 보이는 내 인생의 시시함에 한숨이 나온다. 무언가 변하는가 싶으면 변하지 않고, 한 발짝 앞으로 간 것 같으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있다. 달이 지구의 둘레를 돌듯 나도 내 인생의 주위를 돌기만 하고 있다. 달처럼 스스로 빛을 내지 못 하는 채로.
내일 아침 갑자기 초능력을 얻을 나를 상상해본다. 환경협약 탓에 사용이 금지된 스프레이 대신에 양손에 분무기를 쥐고 하늘을 나는 나. 높이높이 날아오르는 것이다. 하늘 높이. 멀리 멀리. 그러나 하늘을 날고 숟가락을 구부려 봐도 외로움은 잠들지 않으리라. 앤드류의 초능력도 그 자신의 외로움을 잠재울 수는 없다. TV에서 어린 명진이의 가슴을 뜨겁게 했던 초능력은 사실은 아주 조그만 능력일지도 모른다. 사람을 놀래키고 세상을 구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초능력만으로는 단 한 사람의 마음도 움직일 수 없는 것이다. 역시 가장 초능력 다운 초능력은 '사랑'일지도 모른다.
앤드류가 감마선에 맞아 초능력을 얻고, 내가 전등 스위치에서 흘러나온 전류에 감전되어 초능력을 얻을지도 모르는 것과 같이, 누군가의 마음에 감전되어 '사랑'이라는 진짜 초능력을 얻게 된다면 좋겠다. 그러면 나도 행복한 슈퍼소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2005.11. 19. 멀고느린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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