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비 갠 저녁 어느 날 기린


작사/곡 멀고느린구름



한참 동안 비가 왔지 화가 듯이 

오늘에야 화가 풀렸나

그래 너는 뭐가 그리 서글펐길래 

다른 이를 젖게 만드니

기린처럼 가련하게 길다랗게  

저녁처럼 아련하게 눈을 감았지

이렇게


어릴 때에 사랑이란 쉬웠는데 

커갈 수록 어려운지

우산을 어른들은 무서워 하지 

빗방울에 젖는 것조차

기린처럼 가련하게 너멀 보며 

저녁처럼 아련하게 말을 하지

이렇게


저녁 어느 기린 

저녁 어느 기린 

저녁 어느 기린


동물원의 동물들은 비가 좋을까 

기린은 고갤 흔드네

사람들은 저마다의 호수를 갖고 

쓸쓸하게 비를 껴안지 

기린처럼 가련하게 담장에 갇혀 

저녁처럼 아련하게 사랑을 찾네

이렇게


어디에서 슬픈 기린이 될까 

목을 빼고 기다릴까

사람에겐 각자의 기린이 있어 

인연을 기다리고 있지

기린처럼 가련하게 서서 꿈꾸며 

저녁처럼 아련하게 길을 걸으며

이렇게


저녁 어느 기린

저녁 어느 기린

저녁 어느 기린



* 20대 중반, 어느 장마철 눅눅한 제기동 자취방에서 만들었던 곡을 다시 불러봤습니다. 마음이 허허로운 날에는 저도 모르게 읊조리게 되는 노래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기린은 어딘가 슬퍼보이는 동물인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보다 많은 사람에게 들려지기를 기대하며..





'운문 > 노래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작곡 - 지지 않았어  (4) 2012.10.02
자작곡 - 바람이 불면  (0) 2012.09.30
자작곡 - 너와 가을을  (0) 2012.09.22
다시 부르기 - 제주도의 푸른 밤(최성원)  (0) 2012.09.16
자작곡 - 자정의 위로  (0) 2012.08.15
Comments
최근에 올라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