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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에세이

밤 11시

멀고느린구름 2011. 6. 9. 23:23

내가 워낙 우울증이 심하다 보니
밤 11시마다 내가 살아 있는지 여부를 문자로 확인해주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가 무척 고마웠다.
밤 11시 때 그 문자를 보지 못하고 먼저 잠들더라도
다음 날 아침 일어나서 문자를 확인하고 나면 하루종일 마음이 안정이 되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내가 조금 마음에 안정을 찾는 듯 보이자
친구는 문자 서비스를 중단했다.

빛과 어둠
두 개의 너무 다른 자아를 갖고 있는 나는
종종 어둠에 빠진다.
빛 속에 있을 땐 아무리 혼자여도 좋지만
어둠 속에 있을 땐 견디기 어렵다. 
누구라도 좋으니 다시 11시마다 내 생존을 확인해 주었으면 한다. 
물론 정말 누구라도 좋은 건 아니다. 

2011.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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