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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에세이

신년 계획

멀고느린구름 2018. 1. 4. 07:05

신년 계획 같은 것을 세우는 유형의 인간이 아니니 그런 계획이 있을리 만무하다. 애초에 신년이란 것도 따지고 보면 대수롭지 않은 것이다. 자연의 관점에서 2017년 12월 31일과 2018년 1월 1일은 별다른 차이가 없다. 사람의 나이란 것도 저마다 다른 노화의 속도를 억지로 달력에 맞춰 분절하여 나눠놓은 것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사람이란 사람이 만들어낸 사회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생명체이기에 완전히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살기는 어렵다. 


요즘 부쩍 "늙었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 2-3년 전에는 분명히 농담이었는데, 농담에 농담을 더하다보니 이제 진담의 색채가 점점 진해지고 있다. 엊그제 트위터에서 우연히 서른 뒤에 숫자가 'ㅅ' 받침으로 끝나면 서른 중반, 'ㅂ' 으로 끝나면 서른 후반이라는 글을 보았다. 아, 정말 농담이 아니다. 늙었다.


어제는 기왕 늙었다고 인정한 김에 신년 계획이라는 것을 세워봤다. 책상에 앉아 달력과 공책을 펼치고, 계절별 목표를 세우고, 달마다 무엇을 해야 할지(혹은 적어도 무엇을 배워볼 것인지)를 꼼꼼히 살피는 일따위를 내가 할 리는 없다. 단지 씨디플레이어에 우아한 음악을 걸어놓고(아마도 바흐), 케냐 AA를 200미리리터 정도 내려 마시며 "뭐하지?" 정도를 생각해봤다는 뜻이다. 


<오리의 여행 1>이 처참하게 팔리지 않고 있기에, 꽉꽉이에게 몹시 미안한 마음이 들어(우주 대스타를 만들어주겠다고 했건만) 좀 더 홍보에 나설 생각이다 라는 생각을 해봤다. 기왕에 책을 펼쳤으니 작가의 말이라도 읽어보자는 심정으로 후속 독립서적인 커피 소설집 <아네일 커피>도 겨울이 끝나기 전에 출간을 할 계획이다. 커피에 대한 두 편의 소설과 한 편의 에세이라는 컨셉인데... 만들다 보면 분명히 뭔가가 바뀌어버릴 것 같다. 


자, 그리고 무계획이다.

결국, 이 글은 다음 책을 출간할 수 있도록 <오리의 여행 1>을 좀 사달라는 홍보성 글이었다고 한다.


2018. 1. 4. 멀고느린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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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리의 여행 1> 온라인 구매처 -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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