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메테오로스
난 태어날 때부터 하늘로 눈이 달렸어. 그러니까 남들처럼 얼굴에 눈이 달린 게 아니라 정수리의 검은 머리칼 숲 사이에 비밀의 호수처럼 맑은 눈동자 두 개가 고여 있지. 의사는 어머니에게 자궁향수증후군이라고 했어. 자궁으로 돌아가고 싶은 열망이 너무 큰 나머지 태어나면서도 어머니의 자궁 속을 들여다보기 위해 눈이 거기에 붙어버린 거라고. 아무래도 좋아. 난 하늘을 보며 걷는 게 무척 좋거든. 하늘은 신기해. 정지해 있는 경우가 없지. 무언가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해. 그리고 놀랍도록 아름답지.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 라는 시가 유행해서 사람들이 너도 나도 불편하게 목을 뒤로 젖혀야 할 때도 나는 여유롭게 유행에 동참할 수 있었어. 세상에 하늘로 눈이 달린 사람은 나밖에 없기 때문에 넌 학교에 갈 수 없다고..
소설/짧은 소설 2013. 5. 13.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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