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있었다 3
집과 가장 가까운 편의점에서는 갖가지 이름의 생수를 팔았지만 보리차는 팔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옷깃을 여미고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슈퍼마켓까지 걸었다. 걷는 도중 진눈깨비를 맞았다. 첫눈이라면 첫눈이라고 할 수 있었다. 휴대폰을 들어보았다. 새벽 5시 36분. 시계를 보려는 것은 아니었다. 남자친구는 마지막 힘을 다해 잠을 자고 있을 시간이었다. 슈퍼마켓에 도착했다. 스스로의 머리를 쥐어박을 수 밖에 없었다. 세상에 새벽 5시 39분에 문을 열고 있을 슈퍼마켓은 없다. 아마도 없을 것이었다. 소득도 없이 발길을 돌렸다. 진눈깨비는 등과 어깨 이마, 볼, 입술, 손등과 손가락 마디에까지 내려앉았다가 이내 홀연히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도깨비 같은 눈이라서 진눈깨비라고 했을까. 안개 속에서 귤빛 헤드..
소설/짧은 소설 2012. 12. 5.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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