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람회 2집과 1997년의 골든에이지 우주형사 위제트를 닮았던 친구가 눈을 지그시 감고 황홀경에 빠져 있다. 그는 바로 내 옆자리에 앉아 있고, 때는 초여름이다. 간간이 매미 소리가 들려 왔고, 다대고등학교 1학년 교실의 창 저편으로 펼쳐진 바다는 모종의 꿈으로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나는 햇발이 흔들리는 그의 얼굴을 쳐다보며 무엇이 그를 저 너머의 세계로 데려가고 있을까 궁금해했다. 이윽고 그는 눈을 떴다. 나를 바라본다. 자신을 관찰하고 있던 나를 알아채고, 귀에 걸었던 이어폰을 빼서 나에게 건네며 말한다. "들어볼래? 쥑인다." 나는 장미기사단의 가입 원서를 받아드는 것처럼 이어폰을 건네받아 귀에 건다. 위제트는 자신만만하게 리플레이 버튼을 누른다. 널... 만나기 위해 길을 걸었지... 아무도 모..
전람회와 토이가 만나다니 어제 아침 토이의 7집 노래가 공개되었기에 들어봤다. 사실, 제목에서 암시하는 것처럼 김동률과 유희열의 만남이 가장 기대되는 대목이어서 '너의 바다에 머무네'를 가장 먼저 들어보려고 했다. 그런데 검색창에 토이라고 치자마자 곧바로 성시경이 부른 '세 사람'의 뮤직비디오가 시작되어 버렸기에 아무렴 어떨까 싶어 자리를 잡고 음악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뮤직비디오의 내용은 지나간 청춘시절의 삼각관계에 관한 이야기였다. 애초에 제목만 보고도 그 내용을 짐작했기 때문에, 그럼 그렇지 라는 심정으로 조금 시큰둥하게 화면을 바라봤다. 그런데 왜일까. 나는 어느새 울고 있었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예식장에 들어서는 클라이막스 장면에서는 가슴 속에서 울컥울컥 솟아오르는 무언가를 막을 길..
우는 여자와 넋이 나간 남자를 싣고 오리배는 호수의 중심부를 지나 바람을 따라 지류를 향해 떠가고 있다. 그녀의 눈물이 멈춘다. 정신이 돌아온다. 오리배는 알 수 없는 하류로 자신들을 실어가고 있다. 여기가 어디야?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그남의 정신도 그제야 돌아온다. 그... 글쎄. 어디지. 그녀는 다시 울고 싶은 기분이 든다. 아무튼 물결에 떠내려온 거니까. 반대쪽으로 거슬러 올라가기만 하면 원래 장소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녀는 이전부터 그남이 지나치게 똑똑한 채 하는 것이 거슬렸었다. 하지만 오늘만은 아니다. 그녀는 더듬더듬 어둠 속에서 오리배의 패달을 찾아 밟는다. 그남도 아무 말 없이 패달을 밟는다. 우선, 방향을 돌려야 하지 않을까. 오리배는 전속력을 다해 하류로 떠내려가고 있었던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