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명대 303과 우리의 생은 때로 어떤 음악에게 빚을 진다. 오지은 서영호의 프로젝트 음반 을 씨디플레이어에 걸고 첫 가사를 들었을 때 내가 이 음악에게 빚을 지겠구나 직감했다. 이 음반이 첫 번째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유지하고 있는 분위기를 표현하자면 다소 긴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쓸쓸함이라거나, 외로움 같은 말로 간단히 표현하거나, ‘멜랑꼴리’ 같은 세 줄 짜리 음악평론에 등장하는 어휘를 사용할 수는 없다. 20대 시절에 나와 친구들은 양명대 303에서 종종 모여 대통령 선거라든가, 마음이 이끌리기 시작한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양명대’는 우리 중 한 친구가 살던 빌라의 이름이고, 삼공삼은 당연히 303호실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다 술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편이었지만, 묘하게도 양명..
5분 정도가 지났을 때 후임 기사가 신문지를 한 뭉텅이 들고 나타났다. 선임 기사는 어김 없이 핀잔을 주었다. 고작 그 정도 가져와서 어쩌자는 거냐고 나더러 들으라는 듯이 보일러실 안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쳤다. 분명히 카펜터즈는 노래하고 있었지만 전혀 소리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불쾌함이 솟구쳤다. 여기는 내 집이다. 내 집의 공기를 빙하기 이전으로 돌려놓을 권리가 저들에게는 없다. 푹푹 한숨을 내쉬며 한 켠에 모아둔 이면지 여러 장을 집어들고 주방으로 갔다. 듬성듬성 놓인 신문지 사이의 간극을 이면지로 채웠다. 후임 기사가 어쩔줄 몰라하며 꾸벅꾸벅 인사를 했다. 지나친 예의는 부담스러웠다. 선임 기사가 보일러실에서 나오며 이면지로 보충된 바닥을 보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