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좀 더 인적이 드문 곳까지 걸었다. 지나온 길을 돌아다보니 지금 서 있는 곳이 비현실적인 공간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바람에서는 조금씩 극점의 찬 기운이 더 실려왔다. 귀에서 이어폰을 뺐다. 언제 꼈는 지 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그런 일이 많았다. 음악은 귀로 들을 때보다 귀에 걸 때가 더 많아졌다. 음악은 지구의 인류 수가 늘어난 것 만큼 늘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세상의 음을 음악이 모두 덮어버리는 장면을 상상했다. 죽음의 순간에서야 인간은 귀에서 이어폰을 뺄 것이다. 강 저편에 펼쳐진 도시의 야경이 디스토피아의 미래 도시처럼 보였다. 그곳에서는 소수의 자본가가 석유를 독점할 것이다. 모든 나라는 수도 혹은 경제가 집중된 일부 도시에만 문명이 집중될 것이다. 그 도시는 커다란 성곽..
소설/짧은 소설 2013. 2. 27.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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